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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KT..1등이 싫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28 17:25

수정 2009.01.28 17:25



통신시장의 양대 산맥 KT와 SK텔레콤이 서로 ‘통신 1등’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통신시장 일대 변혁을 몰고 올 KT-KTF 합병 국면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이색적인 ‘1등 양보’에 나선 것이다.

■쓸모 있는 인터넷망은 SK브로드밴드가 1등?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유선통신업체 KT는 “사실상 쓸모 있는 인터넷망은 SK브로드밴드의 점유율이 45%로 KT의 2배에 달한다”고 고백(?)했다. 광케이블을 포함해 멀티미디어까지 볼 수 있는 50� 이상의 가입자 점유율은 SK브로드밴드의 점유율이 45%, LG파워콤·데이콤이 25%, KT가 24%로 사실상 최하위라고 스스로 강조하고 나선 것.

SK텔레콤 진영이 KT의 유선통신망 독점을 문제 삼아 합병을 반대하자 KT가 스스로 자신이 최대 유선통신 사업자가 아니라고 고백을 한 것이다.

그러자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최대 유선통신설비를 갖고 있는 KT가 설비를 경쟁사에 임대조차 안 하고 독점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KT는 전국에 10만8509㎞에 달하는 통신관로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중 다른 통신업체에 관로를 임대하는 양은 겨우 20㎞에 불과하다며 KT의 설비 독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

그러면서 SK브로드밴드는 KT의 3%에도 못 미치는 3319㎞의 관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628㎞를 경쟁사에 임대해 함께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로란 유선통신업체가 통신망을 깔 수 있도록 지하에 마련해 놓은 통신망의 통로다. 관로가 없으면 일일이 땅을 파고 통신망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설비투자가 어렵다.

■작년 실적 해석 놓고도 티격태격

지난해 실적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4·4분기에 SK텔레콤에 매출을 추월당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KT의 매출은 2조8753억원, SK텔레콤은 3조68억원이다.

KT가 한때 자회사이기도 했던 SK텔레콤에 매출이 뒤진 것은 지난해 4·4분기가 처음이다. 결국 KT는 “그만큼 유선통신 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KTF를 합병하지 않으면 생존활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은 반대로 2008년 전체 실적을 강조했다. 2008년 전체 매출액은 KT가 11조7849억원, SK텔레콤이 11조6747억원으로 근소하게 KT가 앞서 있는 형국. 여전히 KT가 통신시장의 ‘강력한 1등’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해 KTF를 합병하면 통신시장 경쟁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KT는 올해 KTF를 합병한 통합법인의 매출목표를 19조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2007년 매출 수준이다. KTF는 올해도 매출 성장이 예상되므로 결국 KT는 유선통신시장 매출목표를 마이너스로 잡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초 KT 내부에서는 올해 매출목표를 12조원으로 정해 지난해보다 근소하게나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KT는 오히려 마이너스 매출목표를 제시해 KTF 합병 반대론을 반박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유선통신 사업은 정부가 사업권을 준다고 해도 시장에 들어오겠다는 기업이 없을 만큼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장인데 그런 시장의 지배력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K텔레콤측은 “통신산업은 전통적으로 설비중심 산업인데 전국 설비의 우월성과 이를 이용한 시장 독점 가능성을 평가해야지 순간적인 매출을 기준으로 독점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원칙에도 없는 일”이라며 “KT가 일시적인 매출감소를 놓고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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