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귀가 두개인 이유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9 17:26

수정 2014.11.07 11:56



‘귀 두 개,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

어느 날 직장 동료의 얼굴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면 그건 얼굴의 대칭성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눈꺼풀 한쪽이 살짝 부었다거나 볼에 작은 여드름이 하나 생겨도 그렇다. 그만큼 우리 얼굴은 대칭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럼 귀가 왜 두 개가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안경을 걸기 위해서라는 농담도 있지만 실은 눈이 두 개가 있는 이유와 비슷하다.

눈 한쪽을 가리고 물건을 만지려면 거리 감각이 이상해져서 제대로 만질 수 없었던 경험을 한 적이 누구나 있다. 귀도 마찬가지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두 개가 필요하다.
오른쪽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고 할 때 그 소리가 왼쪽 귀보다는 더 가까운 오른쪽 귀에 수만분의 일초나마 먼저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소리와 가까운 오른쪽 귀에서 더 크게 들린다. 게다가 왼쪽 귀는 머리에 의해 가려 있기 때문에 오른쪽에서 난 소리는 머리를 돌아 들어오게 되어 그 강도가 이중으로 감소하게 된다. 참고로 양쪽 귀 사이의 거리는 보통 17㎝ 정도다.

결국 우리 뇌는 소리가 양쪽 귀에 도달하는 시간과 그 강도의 차이를 통합적으로 다루어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한쪽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잘 몰라 불러도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기업 간부인 B씨는 한쪽 귀가 잘 안 들린다. 그는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질문을 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티 때도 문제가 된다. 소음 속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대화할 때는 말하는 사람이 계속 바뀌게 된다. 따라서 평소 잘 안 들리는 그의 귀가 방향까지 헷갈려 매우 불편함을 겪는다.

이런 방향감각은 동물세계에서는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물들이 맹수가 가까이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뛰어 도망갈 수 있는 것은 이 감각에 힘입은 것이다.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길을 건너다가 차 소리가 나는 방향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일 테니까 역시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성이다. 같은 소리가 들려도 두 귀로 듣는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소리도 더 잘 들을 수 있다. 양쪽 귀로 들어온 소리정보가 뇌에서 통합될 때 가산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개나 고양이는 부스럭 소리가 나면 본능적으로 두 귀를 소리 나는 곳으로 모아 세운다. 더욱 효과적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동기기가 부착된 셈이다.
주변에서 가끔 귀를 마음먹은 대로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러고 보면 인간도 아주 먼 옛날에는 귀를 고양이처럼 쫑긋 세울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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