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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원동력 ‘수학의 힘’은 무한대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15 17:46

수정 2014.11.07 11:14



오는 2013년에는 유·무선 인터넷 속도가 지금보다 10배나 빨라진다. 이 인터넷망(IP)을 이용하면 집에서는 현재의 고화질(HD) TV보다 4∼16배 선명한 초고화질TV(UDTV)를 볼 수 있고 휴대폰으로도 HD급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세계 최초의 양방향 초광대역 정보고속도로(UBcN)를 오는 2013년까지 구축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본지 2월 2일자 1면 참조〉

정보기술(IT) 발전에 힘입어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그럼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현대수학의 다양한 이론 덕분이다.

고등과학원 박형주 교수는 15일 “소수 엘리트들의 지적 관심의 대상이던 수학이 20세기 중반 이후 대중문화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며 “21세기 들어서면 현대수학이 과학기술은 물론 IT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를 잡아주는 ‘코딩이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정보의 교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딩이론(부호론)’이 있어 실수를 탐지하고 이를 고쳐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실용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코딩이론은 1971년 무인우주탐사선 마리너 9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 사진들을 지구로 전송하면서 유효성이 입증돼 정보통신기술의 전면에 나섰다.

통신 과정의 오류는 ‘0’과 ‘1’로 구성된 신호가 전송되면서 서로 뒤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IT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선 4비트(bit)의 신호를 보낼 때 마지막에 한 자리를 더해 5비트의 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즉 1011이라는 신호를 보낼 때 마지막에 한 자리(parity bit)를 더해 10111로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 자리의 숫자는 내용과는 상관이 없고 다만 전체 숫자의 합을 짝수로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전달받은 정보가 오류가 있다면, 짝수가 아닌 홀수로 도착했다면 이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음악을 콤팩트디스크(CD)에 저장한다든지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는 것도 다 ‘코딩이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정보전달에 필요한 용량은 4비트인데 5비트롤 보냄으로써 전송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 이를 해결한 것이 ‘신호압축이론’이다.

■대용량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압축이론’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음성정보뿐 아니라 정지영상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정보 교류도 급증했다. 따라서 대용량 정보의 신속한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해결한 것 역시 수학의 한 분야인 ‘신호압축이론’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압축방법인 ‘zip’ 역시 고급 수학이론에 기반한 압축 알고리듬이다.

신호압축은 크게 무손실압축과 유손실압축이 있다. 문서 등 정보의 손실이 없어야 하는 파일은 무손실압축으로 파일 크기를 줄여야 한다. 이는 주로 ‘사전(dictionary) 기반 알고리듬’을 사용한다.

사전기반 알고리듬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서압축을 예로 들면 어떤 문서에 반복되는 문장이 있는 경우 이를 기호로 바꾸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는 맑고 내일 날씨는 흐릴 예정이라는 날씨에 관한 문서의 경우 날씨를 ‘1’로 표현하면 파일 크기는 대폭 줄어든다. 압축된 파일을 전달받은 사람은 ‘사전’에 정의된 대로 이를 다시 풀기만하면 되는데 이 사전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압축프로그램의 성능을 좌우한다. 여러 번 반복되지도 않는 단어를 압축해 전송한 후 다시 풀어내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삭제하는 유손실압축은 푸리어 해석이나 웨이블릿 등의 해석학적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MP3 파일 같은 것이 유손실압축을 적용한 예다.

박 교수는 “우리가 영상을 저장할 때 사용하는 ‘mpeg’ ‘jpeg’ 역시 수학이론의 이름들”이라면서 “상세 데이터를 어떻게 없앨 수 있는가에 따라 여러 가지 압축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암호론’

우리는 지금 신용카드 한 장으로 집에서 쇼핑은 물론 은행거래도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신용거래를 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공인인증’이다. 온라인 거래를 하는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또는 신용카드 비밀번호가 제3자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공인인증 등 필연적인 기술이 사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암호론’이 없었으면 탄생되지도 않았다.

암호론은 대수학의 한 분야인 정수론에서 발전됐다. 오래전부터 군사목적 등에 사용돼 왔던 암호는 ‘대칭키암호’지만 현대 온라인 상거래 등에서 쓰이는 암호는 ‘공개키암호’다. 공개키와 비밀키로 구성된 이는 누구나 공개키를 가지고 메시지를 비밀화할 수 있지만 해독은 비밀키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초기의 공개키암호인 ‘RSA 암호’는 아직도 가장 널리 쓰이는 암호체계다.

RSA는 대단히 큰 정수의 소인수분해가 무척 힘들다는 수학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금고에 315가 써 있으면 소인수인 3, 3, 5, 7을 대답해야 문을 열어주는 식인데 숫자가 수백조쯤 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최근 교통카드와 같은 스마트카드에선 타원곡선이라는 고도의 수학이론에 기반한 ‘ECC 암호’가 주로 쓰인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에선 RSA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수학자들은 진화된 암호를 만들기 위해 초타원곡선이나 조합론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대수학이 정보화시대를 여는 데 기여한 것은 명확하다. 이젠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구별은 무의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용어설명

*코딩이론(부호론)=양수(+)와 음수(-)를 나타내는 부호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

*비트(bit)=정보 전달의 최소 단위. 2진법의 0과 1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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