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TV볼륨 자꾸 높아진다면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9 18:35

수정 2009.03.09 18:35



“옆방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TV 볼륨을 너무 올려 불편하다”는 얘기는 연로하신 분을 모시고 있는 가정에서 흔히 듣는 일상사다. 이렇게 귀가 잘 안 들리면 자신의 목소리도 작게 들리기 때문에 크게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TV의 볼륨도 올라가게 마련인데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는 것이다.

50대 이후에 언제부터인가 전화 대화에서 자꾸 되묻는 습관이 생기고 무슨 말인지 깨끗하게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청각기관의 노화를 한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사실 노화는 엄격히 말하면 출생과 함께 시작되어 일생을 통해 계속된다고 할 수 있다. 통계를 보면 65∼75세의 노인인구 중 최소 25%가 그리고 75세 이상의 노인 중 50%가 청력장애를 가지고 있다.
수명이 점차 연장됨에 따라 자연히 그 수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주로 신경계가 있는 귀 안쪽 달팽이관의 세포들에 퇴행성 변화가 오는 것이 원인으로 평소 시끄러운 환경에서 지낸 사람에게서 더 잘 생긴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고막이 두꺼워지는 것도 한가지 요인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음식이나 담배 그리고 유전적 요인도 상관이 있다.

40∼50대에는 주로 고음만 안 들리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대화하는 데 불편을 느껴 소위 ‘가는귀가 먹은’ 상태가 된다. 그 후로도 청력장애는 계속 심해질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개인 차가 많다. 갓난아기는 진동수 16에서 2만까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중년이 되면 1만5000, 여든 살쯤 되면 4000 이상의 소리는 듣지 못한다.

이런 종류의 난청은 단순히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으나 그보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말뜻이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더 흔하다. 또 주변에 소음이 있을 때는 이런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백화점에만 가면 친구와 대화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난청뿐 아니라 뇌 측두엽의 세포 수 감소나 뇌에서 정보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나이가 듦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노안이 오면 돋보기를 끼듯 노인성 난청으로 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되면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흔히 노인이 되어 안 들리는 귀에는 보청기가 소용없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또 돋보기는 끼어도 보청기를 끼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 보청기가 나이 들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이라 싫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요사이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사용하고 또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귓속에 안 보이도록 집어넣을 수 있는 종류도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사실 보청기는 초소형 전자 확성기일 뿐이고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현대를 대표하는 문명의 이기인 것이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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