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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콘텐츠 사업’ 확 바꾼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7 10:28

수정 2009.05.07 18:31

KT가 콘텐츠 사업 전략을 ‘수익 최우선’ 원칙으로 전면 재검토하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재검토 대상엔 인터넷TV(IPTV) 콘텐츠 수급은 물론 그룹 내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 사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실무를 맡았던 임원까지 경질했다. 이는 KT가 콘텐츠 사업의 수익성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KT가 콘텐츠 투자에서 비용보다 미래가치를 우선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IPTV가 콘텐츠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지금까지 IPTV 콘텐츠 관련 비용에만 1000억원가량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KT는 지난해와 올해 IPTV사업에서 6000억원가량 적자를 낼 판이다.

■KT “기존 콘텐츠 계약 재조정”

서종렬 KT 미디어본부장은 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과다한 콘텐츠 비용이 IPTV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합리적인 윈윈 구조로 가기 위해 당사자들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의 대상은 지상파방송은 물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KT와 관련된 콘텐츠 전 분야”라며 “협의 과정에서 기존에 체결한 계약들도 다시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는 IPTV 콘텐츠 수급계약이 부풀려진 게 없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최근 KT 윤리경영실은 미디어본부를 상대로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우선적인 재검토 대상은 지상파방송과의 계약건이다. 지난해 10월 IPTV 상용화에 앞서 너무 서둘러 계약을 하다 보니 비용을 너무 과도하게 잡고 사인했다는 게 KT의 입장이다. 특히 KT를 포함한 IPTV 3사가 지상파방송 3사와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펀드 운용주체가 애매모호해 이대로는 펀드에 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사와 실무 협상을 주도한 KT의 담당임원은 경질됐다. 이 실무 책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KBS, SBS, MBC와 지상파 재전송 합의를 이끌어냈던 인물이자 드라마제작사 올리브나인, 싸이더스FNH 등 KT의 콘텐츠 자회사를 인수하는 일을 주도했다.

이처럼 KT의 지상파방송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방송3사는 발끈하고 있다. “KT가 계약을 뒤집고 이를 정당화하려 한다”며 최악의 경우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고 있다. 앞으로 양측의 갈등이 심상치 않을 모양새다.

■자회사 콘텐츠 사업도 재검토

KT는 국내 주요 PP인 온미디어에 주기로 한 대가도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OCN, 온스타일 등 온미디어의 8개 채널을 IPTV에 제공하는데 대해 첫해 155억원을 주고 IPTV용 게임 등 쌍방향 콘텐츠를 공동개발하는데 더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해 계약은 오는 12월 말까지 정액으로 보장해 주는 조건이었다.

KT의 콘텐츠 관련 자회사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돈 먹는 콘텐츠사업’에 대한 재검토와 전사적인 비용절감을 주문한 데다 기존 콘텐츠전략을 짜던 KT 임원들이 물갈이 되면서 당초 예정됐던 사업이 대부분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KT의 자회사인 드라마제작사 올리브나인은 올 사업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올리브나인이 ‘IPTV용 양방향 드라마’로 제작해 주목을 끌었던 ‘미스터리 형사’ 후속편 제작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KT는 올리브나인 지분을 주당 2400원에 인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650원대로 내려앉았다.


서 본부장은 “KT는 합리적인 콘텐츠 가치산정 기준을 정해 콘텐츠 수급을 하겠다는 것이지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뜻은 없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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