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무선인터넷으로 성장 날개 달자] <1> 텅빈 정보고속도로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15 09:49

수정 2009.06.16 09:49



이동통신 기술과 시장이 무선인터넷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집 밖에서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통화만 할 수 있는 이동전화만으론 만족할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2년 후에는 PC와 똑같이 동영상을 받아보고 e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영상회의도 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이 시작된다. 4세대 이동통신은 이동 중에 100�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휴대폰으로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데 5.6초면 거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세계 이동통신의 흐름을 읽고 지난 2002년부터 무선인터넷 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콘텐츠 부족과 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과도한 불안을 지우지 못해 초기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은 기술 수준은 세계 정상권이면서도 시장 형성에 뒤처지면서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망과 4세대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IT 강국 코리아’가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을 다시 주도할 수 있는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3세대 이동통신망의 지난해 말 무선인터넷 사용률은 5%다. 음성통화가 35%, 장문 문자메시지를 포함한 문자메시지 사용률이 60%다. 2세대 이동통신망이 14.4Kbps 속도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3세대망은 144Kbps속도로 무선인터넷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2세대망을 지방국도로 치면 3세대망은 10차선 정보고속도로인 셈이다.

■10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는 달구지들

지난 2000년 정부는 무선인터넷이 이동통신 시장의 미래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하고 3세대 사업자를 선정하는 한편 망 구축을 서둘렀다.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SK텔레콤과 KT(당시 KTF)는 각각 3조7838억원과 2조6000억원을 들여 3세대 망을 구축했다. 총 6조3838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10차선 정보고속도로 2개를 만들었던 것.

그러나 실제 정보고속도로 사용 실정은 여전히 1차선 지방국도를 달구지가 한가롭게 오가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경쟁을 시작하면서, 영상통화를 비롯한 무선인터넷이 3세대 시장경쟁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3세대 시장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실제로 지난 5월말 국내 3세대 이동전화 가입자는 2032만에 달하는 등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4600만의 44%를 넘어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무선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는 일이 없다. 무선인터넷 요금은 전체 이동전화 요금의 17%에 불과할 정도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보조금을 많이 주는 3세대로 전화기를 바꿨지만 여전히 2세대 이동전화와 3세대 이동전화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도로 2세대로 회귀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게 2000만 3세대 가입자의 현주소다.

■무선인터넷 없이 와이브로 안돼

“와이브로 좋은 것은 알지만, 수익이 안돼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 투자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통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세대 망 투자가 어느정도 끝나자 이동통신 업계는 다시 4세대용 첨단 무선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바로 와이브로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해말까지 총 1조3972억원을 들여 수도권을 중심으로 와이브로 망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도 각각 2조원 이상씩을 더 투자해야 전국을 커버하는 탄탄한 와이브로망을 깔 수 있다는게 업계의 예측이다.

3세대 이동통신망이 10차선 고속도로라면 와이브로는 그야말로 10차선 ‘아우토반’이다. 100Mbps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 3세대 보다 속도가 9배 이상 빨라진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방식은 속도가 빨라야 10Mbps 남짓이다.

기업은 고속도로를 깔아놓고 달리는 차가 많아야 수익이 생길텐데, 달리는 차가 없다는게 고민이다.


KT는 지난 2006년 6월말 와이브로 서비스를 상용화했는데, 올 5월말 현재 가입자가 21만명에 그친다.

산술적 계산으로 하면 KT의 와이브로 누적투자가 2조6000억원이니 KT는 와이브로 가입자 1명당 1200여만원씩을 투자한 셈이 된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무선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3세대 망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고속도로를 확장해 와이브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처럼 3세대 망도 놀고 있는 상황에서는 고속도로를 증설하는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