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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으로 성장 날개 달자] <끝> 이통 새시장 열기 위해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2 21:09

수정 2009.06.22 21:09



무선인터넷은 일본이나 미국을 빼고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직 낯선 사업모델이다.

특히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은 그동안 익숙해진 이동통신과는 기술과 속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내려받는 데 초점을 맞췄던 3세대 이동통신의 정보 올리기 속도가 250�인 것에 비해 와이브로는 그 8배인 2� 속도로 정보를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와이브로 사업을 확산하려면 ‘무선인터넷에 정보 올리기’를 내용으로 하는 창의적 사업모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통위-행안부, “와이브로 행정서비스 발굴”

정부는 행정서비스에서 먼저 수요를 찾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부터 행정안전부와 함께 와이브로 망을 이용한 행정서비스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테면 국립공원이나 우범지역의 폐쇄회로TV(CCTV)를 와이브로 망으로 연결해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금은 유선통신망으로 연결돼 망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망을 연결하기도 어려운 지역이 많다. 이런 곳에 와이브로 CCTV를 설치하면 적은 투자비로 손쉽게 원격감시를 할 수 있다.

또 농림수산식품부처럼 지방사무소가 많은 정부기관은 와이브로 영상이동전화 회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행안부와 협의를 거쳐 정부기관의 와이브로 행정서비스 수요를 조사한 뒤 구체적인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행정서비스 분야에서 먼저 와이브로 수요를 발굴한 뒤 민간 수요를 확대해 가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美 클리어와이어, “사람 이름을 전화번호로”

세계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인 미국 클리어와이어는 올해 말쯤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특이한 점은 전화번호를 숫자가 아닌 사용자 이름 같은 문자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 베리 웨스트 클리어와이어 사장은 “숫자보다는 사용자 이름으로 된 전화번호가 훨씬 더 외우기 쉽지 않겠냐”며 “인터넷기술인 와이브로는 기존 이동전화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리어와이어는 지난 5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영상이동전화 회의 서비스도 선보인 바 있다. 와이브로만 있으면 사용자가 있는 위치가 어디건 상관없이 회의를 할 수 있고 화면을 보여주며 프레젠테이션도 가능한 것이다.

■미-일, 특성에 맞는 무선인터넷으로 성공

세계 최고 무선인터넷 강국인 일본은 무선인터넷이 낙후된 이동통신 서비스 환경을 보완하면서 독자 시장을 형성한 사례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다른 이동통신회사 가입자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 이 때문에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일본인들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무선인터넷 e메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무선인터넷이 e메일 용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콘텐츠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후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무선인터넷은 독자 광고시장을 형성하며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일본 무선인터넷 광고시장 규모는 6억2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 2005년 2억4000만달러에서 세배 가까이 늘었다. 오는 2011년엔 10억7000만달러로 성장해 18억8800만달러인 일반 PC검색광고의 56.7%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무선인터넷을 이동통신 시장의 주요 수익원으로 발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지난 2004년 53.59달러이던 미국인의 월평균 이동전화 사용요금은 지난해 39.85달러로 25.6%나 줄었다. 반면 2004년 0.88달러였던 미국인의 월평균 무선인터넷 요금은 지난해 11.77달러로 12배 이상 늘어나면서 급감하는 이동통신사들의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 2004년 미국 이동통신 사용자들의 한달 요금 중 무선인터넷 요금 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22.8%나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무선인터넷 사용이 많아지면서 음성통화 요금이 낮아지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민간사업모델 개발 시급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100�급 초고속인터넷망과 곳곳에 위치한 PC방 등 탁월한 유선인터넷 인프라가 무선인터넷 수요를 줄인다”는 역설적 설명을 내놓고 있다.


널따란 PC 화면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굳이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서 불편하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활밀착형으로 독자적인 무선인터넷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게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과 와이브로의 당면 과제다.


이동통신 분야 한 전문가는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 도착 시간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두배 이상 급증한 것처럼 이동통신 업체들이 무선인터넷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적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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