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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강국2013’ 그들이 뛴다] <2> 김병수 한울로보틱스 사장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05 17:55

수정 2009.07.05 17:55



“정부 연구개발(R&D) 과제하면 큰 건이 30억원 정도 되는데 이 과제에 많게는 15개기관·기업들이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나눠먹기식 아닌가.”

김병수 한울로보틱스 사장(47)이 정부의 로봇산업 R&D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사장은 지난 98년 지능형로봇 벤처 1호기업으로 한울로보틱스를 창업, 로봇 개발 한길을 걸어온 1세대 로봇인이다. 한울로보틱스는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하는 R&D 과제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5일 기자를 만나 “정부는 과제를 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보지 않고 이 돈을 인건비 등으로 쓰진 않았는지 하는 식으로 과제비를 어떻게 썼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소통 부족이 문제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로봇산업 기본발전 계획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정책은 없다. 이를 위해선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업계, 연구계, 학계와 조율·소통에 나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힘을 합쳐 머리를 맞대도 늦을 판에 따로따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출연 4대 로봇 관련 연구기관들이 수행 중인 R&D 과제들의 문제점도 꺼냈다. 4대 연구소는 전자통신연구원(ETRI), 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산기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이다.

그는 “핵심기술을 개발해야 할 국가 출연 연구소가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로봇플랫폼을 만드는데 R&D 예산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며 “로봇플랫폼을 만들어 시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아무도 얘기를 꺼낸 적이 없는 민감한 얘기를 꺼낸 것.

“우리 같은 기업들이 (로봇플랫폼을) 못 만들어서 안 만드는 게 아니고 장사가 안 되는 거라 안 하는 것이다. 완성된 플랫폼은 기업이 돈벌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연구기관들이 시연 로봇을 만들지만 ‘핵심기술이 뭐냐’고 해외에서 묻는다면 딱히 얘기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그 대안으로 김 사장은 연구기관마다 개발하는 기술을 특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4개 연구소가 비슷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한 기술의 연구개발 과제를 맡았으면 다른 쪽의 과제에선 양보해야 한다. 지금은 연구소마다 개발하는 기술이 다 비슷비슷해 어떤 기술을 어디서 사 오는 게 좋을지 찾기조차 애매하다.
로봇에 들어갈 특정기술을 한 군데서만 개발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커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도 예산을 찢어 나누지 말고 유망한 곳에 집중 투입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은 국방부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제품을 발주해서 아이로봇을 지금처럼 키운 것 아닌가.”

한울로보틱스는 흡입한 바람을 재활용하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청소로봇 ‘오토로’, 오는 8월 문을 여는 미래형도시 인천 투모로시티에 들어갈 지능형 서비스로봇 ‘티로’, 군사용 이동로봇 플랫폼 등을 중점으로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앙아시아 2개국과 기술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해외진출도 추진 중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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