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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가입자 뺏기’ 돈 쏟아부었다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09 19:48

수정 2009.08.09 19:49


경기침체 탈출을 위한 정부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통신업체들의 투자는 목표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분기 과열경쟁으로 상반기 기준 마케팅 비용이 4조원을 넘어서 출혈경쟁을 벌였지만 투자에는 인색해 연초 정부에 약속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6개사의 올해 상반기 투자규모는 1조93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4%가 줄었다.

통신업체들은 연초 방송통신위원회에 올해 안에 6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상반기에 절반 이상인 4조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실제 결산을 해 보니 투자 약속의 절반도 지키지 않은 셈. 결국 통신업체들은 겉으로는 활발한 투자로 경기침체를 탈출하겠다는 정부 의지에 동참하겠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통신 가입자를 뺏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만 돈을 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KT는 “KT-KTF 합병으로 투자결정이 늦어지고 주파수 할당문제도 지연되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투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통신업체들의 투자는 통상 하반기에 몰리게 마련이고 상반기 KT-KTF 합병에 대한 시장반응을 살피느라 투자가 다소 지연됐다”고 말했다.

통신 6개사의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상반기와 거의 비슷한 4조180억원에 달했다. 마케팅 비용으로 1680억원, 투자비로 2231억원을 집행한 LG파워콤을 제외하곤 나머지 5개사 모두 투자비용보다 마케팅 비용이 1.5∼4배가 많았다.

하반기엔 업체들이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올해 목표로 한 3조2000억원의 투자 규모를 반드시 달성토록 하겠다”며 “투자보다 마케팅이 초과하는 업체를 제재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마케팅 경쟁에만 몰두하는 통신업체들이 연내 투자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통신업체들의 투자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과 함께 이브로(휴대인터넷) 관련 투자이행 결과를 점검해 제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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