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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아이폰’ 수입 임박 ‘보조금 전쟁’ 재발하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14 18:03

수정 2014.11.05 11:59



KT가 올해 안에 애플의 ‘아이폰’ 수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폰이 휴대폰 보조금 과열경쟁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이동통신업계와 국내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KT는 6개월간 아이폰 200만대를 수입하는 조건으로 애플과 막바지 아이폰 수입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한 달 평균 217만대 정도가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야말로 파격적인 물량이다. KT는 이 문제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함구하고 있으나 업계에선 이미 이 같은 내용을 공공연한 사실로 여기고 있다.

■아이폰 대당 보조금 70만원대

문제는 KT가 아이폰을 판매할 경우 대당 7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애플은 현재 이동통신업계에 공급하는 아이폰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이폰 공급가격이 650∼800달러(약 79만4000∼97만7000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가 일반 소비자에게 아이폰을 팔 때는 애플의 요구에 따라 올해 출시된 신형 ‘아이폰3GS’(16기가바이트(�))가 199달러(약 24만3000원),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3G’(8�)는 99달러(약 12만1000원)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아이폰 구입가격과 일반 소비자공급가격의 차이는 휴대폰 보조금으로 채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KT는 아이폰3GS를 팔 때 대당 보조금을 73만4000원이나 지급해야 한다. 아이폰3G도 대당 67만3000원 정도의 보조금이 들어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의 계획대로라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KT 혼자서만 6개월간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 “대규모 보조금 경쟁 불가피” 걱정 태산

이렇게 되면 잠잠해진 보조금경쟁이 다시 촉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 2·4분기에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서 지출한 마케팅비용이 총 2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KT가 혼자서 보조금으로만 1조40000억원을 쓸 경우 사상 최대의 보조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설혹 KT의 아이폰 수입 규모가 그보다 훨씬 작더라도 보조금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계산이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이동통신업체가 휴대폰 보조금 지출을 늘리는 순간 다른 이통사들도 동시에 보조금 확대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게 보조금경쟁의 특징”이라며 “KT가 아이폰에 보조금을 투입해 시장경쟁을 벌이면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 역시 보조금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보조금을 줄여 이동전화 요금할인 폭을 높인다는 정부의 통신요금정책은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통업체들은 그간 ‘보조금경쟁이 전체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집중시킨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조금 줄이기 노력을 기울여 지난 8월부터는 보조금경쟁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이와 관련, 방통위와 이동통신업계는 KT의 아이폰 수입이 하반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지형 변화는 물론 정부의 이동전화 요금 인하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KT와 애플의 아이폰 수입계약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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