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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통신 정책 ‘큰 그림’이 없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20 09:47

수정 2009.10.20 09:47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된 지 1년8개월이 넘었지만 통신시장 경쟁정책이나 통신산업 발전방향 등 통신정책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는 정부 정책을 예측하지 못한 채 개별 사안마다 방통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나 투자정책 입안에도 애를 먹고 있는 형편이다. 통신산업은 정부 규제정책에 따라 사업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의 일관성 있고 균형잡힌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유효경쟁 vs 공정경쟁

올 초 KT·KTF 합병에 이어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을 코앞에 두고 있어 국내 통신시장은 3개 대형 통신기업 체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KTF와 LG텔레콤이 SK텔레콤에 비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데다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800㎒ 대역을 SK텔레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SK텔레콤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하고 후발사업자에 비해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유효경쟁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유·무선 통신기업 간 통합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이젠 3개 사업자가 모두 독자 생존 능력을 갖춘 만큼 유효경쟁 정책을 공정경쟁 정책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평가가 방통위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리된 방통위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모두 정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며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발업체에 대한 정부의 보호정책이 어떻게 될지, 선발통신업체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표류 중

와이브로(휴대인터넷)는 지난 2006년 사업허가를 할 당시 3세대 이동통신망을 보완해 무선인터넷을 위한 사업으로 허가됐지만 최근 방통위는 와이브로에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전국 통신망을 구축하도록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현재 방통위 입장은 와이브로를 4세대 통신망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정책이 바뀔지 예상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1조원 이상의 투자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책부재가 통신산업 발목잡아

SK텔레콤과 KT는 6개월째 3세대 이동통신망 접속료 싸움을 벌이고 있다. KT는 2003년 SK텔레콤과 맺은 접속협약서를 내밀며 접속료를 줄이겠다고 나서는 반면 SK텔레콤은 2003년 이후 3세대 이동통신망 접속정책이 달라졌으니 협약서의 효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싸움의 중재를 맡은 방통위도 고민에 빠졌다.
싸움의 발단에는 미리 3세대 이동통신망의 접속정책을 세워 놓지 않은 방통위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는 정부가 1년 이상 투자를 종용하고 있지만 장기 정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업계는 여전히 사업전략 세우기에 망설이고 있어 와이브로 산업의 잠재성마저 시들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방통위가 출범하자마자 통신과 방송정책의 마스터플랜을 짜고 5명 상임위원들이 개별 정책을 결정할 때 이를 기초로 합의해 갔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굵직한 정책의 비전을 만들고 상임위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급변하는 ICT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갈팡질팡해 정책부재가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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