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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들 정책 내놓기 경쟁?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24 17:06

수정 2010.01.24 17:06

5명 위원 합의제 정책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 위원들이 최근 방통위 공식 합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 의견을 잇따라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방송통신업계와 방통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24일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최근 “가능하면 중소기업 TV홈쇼핑이 연내 허용되도록 하겠다”는 정책방향을 공개·비공개 석상에서 밝히고 있다. 최 위원장은 특정 금융기업이 중소기업 홈쇼핑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세부 입장까지 내놔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TV홈쇼핑 허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방통위원들은 “아직 방통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중소기업 TV홈쇼핑 채널을 허가할지 여부조차 논의한 일이 없다”며 “오히려 신문이나 외부인들의 전언을 통해 방통위 정책내용을 듣고 있는 실정”이라며 에둘러 문제를 제기했다. 케이블TV 업계도 “홈쇼핑 채널이 추가되면 채널번호 변경이나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의 비용협상 비율이 모두 달라져야 하는데 불쑥불쑥 얘기가 튀어 나오고 있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며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한 방통위원은 모바일 인터넷TV(IPTV)를 허용할 수 있는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을 부르고 있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망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IPTV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모바일 IPTV는 지상파방송사와 IPTV업체 간 협의도 쉽지 않은데다 위성·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들도 심하게 반발하는 등 이해가 첨예하게 얽힌 문제다.

이 때문에 방통위 실무진에서도 고민을 거듭할 뿐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모바일 IPTV 문제는 전체회의에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안인데 방통위원이 직접 정책방향을 밝혔으니 이제 업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며 혼란스러워 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방통위원이 와이브로 주파수를 변경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혀 통신업계가 혼란을 겪기도 했다.
현재 2.3㎓ 주파수를 쓰고 있는 와이브로에 2.5㎓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통신업계는 와이브로망 구축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6개월 넘게 추가 주파수에 대한 전략을 세우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결국 와이브로에는 2.5㎓ 주파수가 추가되지 않았다.


이처럼 방통위 공식 합의를 거치지 않은 내용들이 방통위원들의 입을 통해 잇따라 공개되는데 대해 한 방송통신 전문가는 “방통위원이 공개석상에서 정책방향을 내놓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 업계에서는 정책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사업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 소신인지 결정된 정책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 신중하게 발언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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