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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CEO에게 듣는다] (5) 홍영선 서울성모병원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1 18:24

수정 2010.02.01 18:24

“가톨릭 재단의 병원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도구입니다.”

서울성모병원 홍영선 원장은 가톨릭 병원의 이념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3월 가톨릭중앙의료원이 국내 최대 규모인 1조원을 들인 서울성모병원을 오픈하자 가톨릭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이를 불식하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은 ‘자선병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성모병원과 함께해 온 홍 원장에게 그동안 병원 변화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데 병원의 이념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70여년간 ‘생명존중’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국 의료역사를 이끌어 온 가톨릭중앙의료원을 모태로 하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이념은 치유자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재현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보살피는 데 있다. 이들을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돕는 것은 물론 사명감을 가진 의료인을 양성하며 연구·진료 수준까지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까지 따뜻하게 보살피는 정신이 곧 서울성모병원의 이념이다.

―병원 경영 철학은.

▲‘환자로 들어왔다가 가족이 되어 나가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병원이 질환만 치료해 주는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보살펴 줘야 한다는 게 신념이다. 이런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게 있다. 첫째, 윤리경영이다. 병원의 모든 운영상황이 공개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구성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소통경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기관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념경영이다. 가톨릭 이념은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게 목적이므로 많은 돈을 들여 좋은 병원을 지었다면 이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의 장점은.

▲흔히 ‘1조원짜리 병원’이라고 말한다. 단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전 세계 가톨릭 병원 중에서도 가장 큰 병원이다. 규모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해 설계한 병원이다. 환자들이 어떻게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에 모든 콘셉트를 맞췄다. 환자의 시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전면적으로 외래 진료 예약제를 도입했다. 응급환자를 제외하고는 예약된 시간에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불필요한 대기시간이 줄어들었다. 시설에 걸맞은 단일 병원 최대 규모의 첨단장비도 갖췄다. 부정맥 유발부위를 찾아 막힌 심혈관을 뚫어 주는 로보틱 심도자 유도시스템, 제3세대 로봇수술기(다빈치), 선형가속기(암치료장비), CT VISION, 토모테라피, 사이버나이프 등 방사선 암치료장비와 최신 핵자기공명장치(MRI) 및 전산단순촬영술(CT) 등을 도입했다.

―지난해 새 병원이 오픈한 이후 나타난 변화는.

▲일단 환자가 많이 늘었다. 강남성모병원 시절에는 일일 최대 외래환자가 3500명이었다. 새 병원 오픈 이후 병상 규모는 1.5배 늘었지만 일평균 5500명의 외래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하루 6000명이 넘는 날도 있다. 또 지난해 9월 실시한 2·4분기 고객만족도 결과 전분기 대비 5.7점이 향상돼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새 병원 오픈 당시 국내 최고가인 일 입원료 400만원으로 책정된 VIP병실이 화제였다.

▲VIP환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든 곳이다. 가장 넓은 VVIP병실은 두 방을 합쳤을 때 279㎡(84평)다. 이 방은 병원에 입원해서 집무, 회의를 할 수 있다. 이 외에 79㎡(24평), 67㎡(20평) VIP병실도 있다. 이 병실은 주로 재벌 총수나 각료급이 진료를 받을 때 이용하거나 외국인 환자들이 1000만원대의 숙박검진을 할 때 이용한다.

―자선치료병원 오픈 계획은 어떻게 되나.

▲새 병원으로 이전하기 전에 사용하던 강남성모병원을 리모델링해 자선병원을 오픈할 계획이다. 100병상 규모로 서울성모병원과 똑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입원하는 환자는 전액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자선병원은 1년 내에 오픈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이 앞으로 주력할 질환을 꼽는다면.

▲서울성모병원은 현재 암병원과 심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안센터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암병원과 심혈관센터는 서울성모병원이 주력하고 있는 질환이다. 암병원은 새 병원 오픈과 동시에 ‘병원 속 병원’이라는 의미로 암병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병원장도 미국 종양전문가인 전후근 교수를 영입해 미국식 선진 암치료시스템인 연구, 진료, 환자관리, 임상시험, 기초과학 등이 연계된 다학제적 팀 접근방식을 도입했다. 또 지난해 미국 최고 암센터인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MSKCC)와 양해각서(MOU)를 통해 선진 암치료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심혈관센터도 주력센터로 키울 계획이다.

―해외환자 유치 현황과 준비는.

▲새 병원을 오픈하면서 외국인 진료소를 새로 개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000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하면서 국가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영어, 일어, 프랑스어를 통역하는 의료코디네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해외동포 유치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사무소를 설치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뉴욕에도 사무실을 열 계획이다.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새 병원은 설계 때부터 JCI인증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 오는 7월 인증을 목표로 모든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진행된 1차 평가에 앞서 3000여명에 달하는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환자 추적조사법, 국제환자안전목표, 업무별 준비사항 등을 교육한 바 있다. 또 1일부터 6일까지 일종의 모의평가인 ‘Mock Survey’를 진행 중이다. 이 평가를 거쳐 최종점검을 마치면 7월에 본평가를 시행하게 된다. 이후에 JCI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U헬스케어에 선도적으로 준비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에서 차세대산업으로 U헬스케어를 꼽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U헬스케어사업단을 출범하고 1차로 당뇨병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임산부 당뇨관리서비스인 ‘케어디 마터니티’를 통해 유헬스 당뇨관리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했고 평생건강증진센터의 경우 U헬스 단말기를 통해 혈압과 혈당 수치 등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 U-마리안을 시행 중이다. 조만간 국내 최초 온라인 전문 당뇨관리서비스인 ‘케어디’를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홍영선 원장은

서울성모병원 홍영선 원장의 책상 한쪽에는 캄보디아 소녀와 찍은 사진이 자리잡고 있다. 2008년 7월 캄보디아로 의료봉사 갔을 때 다섯살 현지 소녀와 찍은 것이다.

홍 원장은 외부인과 대화를 나눌 때 이 사진을 주요 화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우리 돈 1000원은 별것 아니지만 1000원이면 이 나라 어린이 4명의 점심식사 비용, 10명의 어린이에게 노트를 사줄 수 있고 1㎥의 지뢰를 제거하는 비용에 해당됩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홍 원장은 기자에게 사진을 소개하며 "이 나라 어린이들은 눈이 맑고 예쁜데 국가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라는 과정에서 질병이나 사고, 사회적 비리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홍 원장은 기부하고 나누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매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홍 원장의 마음 씀씀이는 병원 경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병원이 질환만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병원은 질환 치료는 물론 환자의 마음까지 보살펴 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병원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랑, 나눔 등의 가톨릭 이념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55세 △경기 △가톨릭대 의대 졸업 △미국 텍사스주립대 부속 MD앤더스 암센터 종양생물학과 및 종양내과 연수 △가톨릭 의과학원 암연구소장 △가톨릭 암센터 소장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학회 완화의료학회 회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병원장(현)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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