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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잃은 ‘슈퍼 앱스토어’의 꿈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8 22:01

수정 2010.02.18 22:01

세계 24개 통신업체가 참여하는 개방형 모바일 콘텐츠 거래장터(WAC·Wholesale App Community)가 개념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슈퍼 앱스토어’라 불리는 WAC는 세계 24개 통신업체 가입자 30억명 이상이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모든 가입자들의 휴대폰에서 호환되는 플랫폼을 만들기가 쉽지 않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연합(GSM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올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에서 국내 KT, SK텔레콤을 비롯해 미국 버라이존와이어리스 등 세계적 통신업체들이 참여하는 WAC 창설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GSMA는 “WAC 참여 사업자의 고객이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억명에 이르러 거대 시장의 창출과 함께 소비자와 개발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성공을 장담했었다. 그러나 이번 WAC는 미국 애플이나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앱스토어 및 안드로이드마켓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개설하는 시장이란 점에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로아그룹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각 이동통신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1년 만에 표준화를 이끌어내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WAC가 내년에 개설되지 못하면 애플 및 구글 진영과의 격차가 더 벌어져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동통신사마다 자체 콘텐츠 거래장터에 투자한 규모가 다른 상황에서 WAC의 개설을 위한 투자와 운영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분담해 조달할지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지적이다. ‘아이폰 열풍’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 거래장터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있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WAC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라도 통합 거래장터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소통 상황도 원활하지 않긴 마찬가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MWC 2010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5일 국내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공동으로 모바일 콘텐츠 거래장터를 개설하는 작업을 안건으로 제시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통합 거래장터를 만들려면 기존 투자에 대한 보상문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KT, 통합LG텔레콤이 각각 거래장터에 투자한 비용이 큰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통합 장터를 개설할 경우 기 투자비용에 대한 보상문제와 운영주도권을 놓고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뿐만 아니라 이번 GSMA의 WAC 창설을 국내 KT가 주도한 가운데 일부 업체는 제안조차 받지 못하는 등 이동통신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도 향후 통합 거래장터 개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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