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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깔린 아이폰에 골치아픈 KT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22 18:08

수정 2010.02.22 18:08

“여기요, 여기! ‘아이폰’도 있고 ‘옴니아’도 있어요.”

22일 서울 구로동의 신도림 테크노마트.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휴대폰 판매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잡기에 여념이 없다. ‘일반 판매점에선 아이폰을 취급할 수 없다’는 KT의 설명과 달리 이곳에선 아이폰을 팔지 않는 판매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국내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고 있는 KT는 직접 계약을 맺은 전국 2600여개 공식대리점과 지사에서만 아이폰을 팔 수 있게 해왔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을 파는 일반 판매점들이 ‘일단 많이 팔고보자’는 식으로 아이폰 유통에 나서면서 KT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리점들은 은밀하게 판매점들에 아이폰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T로선 판매점들이 요금제나 기능, 사후서비스(AS) 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애플의 대응 가능성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KT가 판매점들의 아이폰 유통을 방관하다가는 계약 내용 때문에 애플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KT가 아이폰에 대해서만 대리점 판매정책을 고수하는 이유가 애플과 관련 계약을 맺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KT도 나름대로 판매정책에 대한 교육 등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판매점들의 의욕을 꺾기엔 역부족인 형편이다. 최근엔 KT의 대형 대리점에서 판매점들에 아이폰을 공급하겠다고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e메일 내용까지 나돌고 있다. KT가 판매점에 아이폰 유통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맘껏 팔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판매점들의 행보가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 뻔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로 이날 한 판매점 직원은 “이곳에서 아이폰을 파는 걸 알면 KT 쪽에서 싫어하겠지만 사실 아이폰을 사는 고객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잘 아는 이들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도 없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데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 대항마들이 나오면서 아이폰 판매가 위축되자 KT 내부의 시장관리 강도도 약해진 게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KT 측은 “아이폰을 오프라인 공식대리점과 온라인 ‘폰스토어’ 사이트에서만 판매한다는 본사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애플과의 관계에 대해 KT 관계자는 “애플과 계약 내용에 대해선 어떤 점도 밝힐 수 없다”면서 “대리점에서만 아이폰을 판매하는 건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판매점들이 무책임하게 아이폰을 유통시키지 않도록 감시와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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