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현장클릭] MWC 참관 잘하셨습니까/이구순기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23 22:19

수정 2010.02.23 22:19

【바르셀로나(스페인)】어느 분야건 규제기관은 상전 대접을 받곤 하지만 특히 통신산업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상은 더욱 그렇다. 방통위의 정책 방향에 따라 통신업체 위상이 뒤바뀔 정도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방통위원장의 안목이나 식견이 통신산업 발전에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보인 행보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전시회엔 세계 200개국 4만9000여개 이동통신업체와 정부 당국자들이 참여했다. 또 세계 유수의 이동통신 관련업체들이 저마다 대표적인 미래상품들을 전시해 놓고 ‘비즈니스 전쟁’을 벌여 그야말로 앞으로 2∼3년간 세계 이동통신산업의 변화상을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만큼 이번 전시회는 최 위원장이나 그를 수행한 방통정책 당국자들의 안목을 높일 절호의 기회였다. 방통위의 수준은 곧 우리 기업들의 수준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기대감은 더 컸다.

이번 전시회에서 현장을 방문한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 SK텔레콤과 국내 중소기업 전시부스를 둘러본 뒤 “우리나라 기업들의 발전상이 자랑스럽다” “흥분된다”는 칭찬을 연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정작 둘러봐야 할 에릭슨, HTC,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차이나유니콤, NTT도코모 같은 세계적 기업들의 부스엔 발걸음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만 무려 13시간을 날아간 바르셀로나에서 한국 기업들 전시관 3곳을 15분씩 돌아보고 해외기업으로는 중국 화웨이 전시관을 10분 돌아보는 것으로 과연 ‘MWC 2010’을 참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국내기업 정보야 국내에서도 언제든 기술 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그렇잖아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08년 설립된 후 그 전까지는 세계 최고였던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한 형편이다.
이번 MWC 2010을 참관한 방통위 관계자들의 행보를 보면서 마치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벌판에 나가서도 정작 우물 속만 들여다본다는 생각을 한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cafe9@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