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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벤처 붐’ 일으키려면 CEO 연대보증제 개선해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25 21:55

수정 2010.02.25 21:55

정부가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며 내년에 5000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벤처기업들은 정부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구조를 바꾸고 최고경영자(CEO) 연대보증제를 개선하는 등 제도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98년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을 창업했던 한 벤처기업 사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현재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벤처기업이 창업한 뒤 폐업이 어렵게 돼 있어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가 함께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개선을 논의하는 게 자금지원보다 먼저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을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다른 CEO는 “벤처기업은 생겨날 때부터 실패하고 다시 창업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을 폐업한 CEO는 빚 더미에 올라앉기 때문에 벤처기업들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시장에 남아 다른 벤처들의 창업 기회를 막고 벤처의 기본 특성을 희석시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기업 창업제도는 CEO가 회사를 설립할 때 기업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는데 벤처가 폐업하면 CEO가 모든 빚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이 제도가 벤처기업 폐업의 문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주요 창업 분야는 소프트웨어(SW)산업인데 대기업들이 SW의 부가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SW값을 개발에 참여한 사람 숫자를 계산해 인건비만 계산해주는 시장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좋은 SW를 만들어도 개발자가 2명이면 2명 인건비 외에는 제품값을 받지 못하는게 현재의 시장 풍토라는 것.

결국 대기업이나 시장이 벤처기업의 부가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장풍토와 헐값에라도 기업을 연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소기업 제도가 국내에서 벤처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한 벤처기업 전문가는 “방통위가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 창업자금 지원 정책을 펴는 것과 함께 관련부처 협의를 통해 벤처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요구했던 시장구조와 벤처 창업·폐업 제도개선책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며 “벤처정책을 개선하지 않고 자금지원 계획만 만들면 10년 전 벤처정책의 실패를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내년까지 5000억원의 자금을 벤처창업에 지원해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 우리나라를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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