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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한물 갔다고? 스마트폰 기술은 우리에게서 시작!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07 21:29

수정 2010.03.07 21:29

1979년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제록스의 연구소(PARC)를 찾았다. 제록스와 100만달러 투자 문제를 협의키 위해서다. 이날의 방문은 오늘의 애플을 있게 한 기념비적 방문이 됐다. 잡스는 이곳에서 제록스가 개발 중이던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제록스는 '알토'란 컴퓨터를 개발 중이었는데 여기에 탑재된 운영체제(GUI)는 사용자가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었기 때문. 잡스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PC기반 기술이 모바일 혁명 주도

이날의 영감으로 잡스가 개발한 매킨토시(맥) OS는 '사용자 최우선 고려'라는 모토를 남겼고 이 철학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iPad) 개발로 이어지면서 애플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놨다.


애플만의 PC기반 OS의 강점을 이용해 '단말기-OS-앱스토어'로 이어지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고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는 핵으로 부상한 것이다. 아이폰 돌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플은 적지 않은 실적을 매킨토시PC 판매에서 올리고 있고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맥'은 독보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이 PC기반 기술을 OS로 확장시켜 모바일 혁명을 주도했다면 구글은 PC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한 OS '안드로이드'로 세계 시장에서 'vs 애플' 전선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는 리눅스 커널(Kernel)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모든 휴대폰 제조사들에 소스를 공개해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도 올해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겠다고 밝혀 시장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2007년 11월 구글이 중심이 돼 결성된 개방형 휴대폰 동맹(OHA·Open handset alliance)에는 내로라하는 PC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해 있다. OHA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창단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구글은 지난해 PC용 운영체제인 '크롬 OS'를 선보이고 PC 업체들을 끌어들이며 애플과 함께 모바일 혁명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우리에게 '윈도'로 친숙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 2010'에서 최신 버전인 '윈도폰7'(이전의 윈도모바일 7.0)을 선보이면서 OS 강자의 귀환을 예고했다. 그동안 윈도모바일은 PC에 최적화돼 스마트폰용으로는 지나치게 느리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4·4분기에는 전 세계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에서 5위(3%)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PC시장에서 윈도 OS가 92%를 점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를 만회키 위해 스티브 발머 MS CEO는 MWC에서 "윈도폰7 시리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요구를 가장 잘 반영했다. 폰에 있어서 완전한 터닝 포인트"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윈도폰7은 자사 검색엔진 '빙'에 접속할 수 있는 핫 키, 6가지 영역의 연관 콘텐츠를 엮는 '윈도폰 허브' 기능 등을 갖추고 이전 버전들의 UI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삼성·LG,"돈 안되더라도 PC사업 강화"

국내 PC시장의 최강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개최한 '글로벌 개발자의 날' 행사다. 소프트 웨어 개발자들과의 협력을 강화, 우수 개발자들을 유치하고 콘텐츠를 발굴해 전 세계에 유통시키려는 전략을 수행키 위해서다.

특히 지난달 MWC에서는 삼성의 독자 플랫폼 '바다(bada)'를 선보이면서 현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직 애플의 맥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꼬마' OS에 불과하지만 세계가 '바다'를 주목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디어 솔루션 센터(MSC)를 건립하고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각종 소프트웨어와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300억원 규모였던 MSC에 대한 투자를 점진적으로 더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PC사업은 이윤이 워낙 박해 돈이 안된다는 건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지난 2월 바르셀로나 MWC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PC사업을 3년 내 세계 톱3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07년 PC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했던 LG전자도 지난달 "청주공장에서 노트북PC 생산을 재개했다"고 밝히는 등 오히려 PC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PC사업 자체 보다 PC기반 기술이 중요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글로벌 PC업체들 스마트폰시장 진출붐

다른 글로벌 PC업체들도 잇따라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공언하면서 모바일 혁명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델은 지난 2007년 모토로라 부사장을 지낸 론 개리쿠에스를 스카우트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기정 사실화했으며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중국 시장 진출도 공언한 바 있다.

아수스는 컴퓨터에 뛰어난 메인보드 제조기술로 시장에 처음 알려졌다. 최근에는 노트북과 완성데스크톱 PC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아수스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갖춘 가민과 손을 잡고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P는 지난 2001년 일찌감치 컴팩 컴퓨터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의 전신인 PDA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2006년에는 아예 핸드헬드 기기를 별도 사업부로 분리시켜 스마트폰 분야 강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또 올해에는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와 경쟁할 '슬레이트(Slate)'를 내놓는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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