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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유저 ‘이유있는 해킹’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08 17:52

수정 2010.03.08 17:52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막아둔 각종 ‘잠금장치’를 해제해 보다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제조사나 통신사를 한발 앞질러 나가면서 해당 업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이폰의 ‘탈옥’(jail breaking)에 해당하는 안드로이드폰의 ‘루팅’(rooting)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에게 인기다. ‘루팅’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리눅스의 최고관리자 권한을 부여받는 일종의 해킹기술을 의미한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커널(kernel)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안드로이드폰을 ‘루팅’하면 소비자들은 구글이 막아둔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으로 멀티터치 ‘척척’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멀티터치’ 기능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 ‘드로이드’는 멀티터치가 안된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멀티터치가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상에서 이를 막은 것. 북미 소비자는 루팅으로 이를 해제한 뒤 멀티터치를 사용하고 있다.

루팅이 국내에서 활성화될 경우 안드로이드폰의 메모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OS 안정성과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내장메모리에만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도록 제한해 놨으나 루팅된 안드로이드폰은 외장메모리에도 애플리케이션 저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의 루팅은 현재까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 한 해 수십종의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루팅을 통한 소비자의 주권 찾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탈옥과 마찬가지로 루팅 역시 애프터서비스(AS) 등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국내에선 민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뭉친 안드로이드 개발커뮤니티 ‘코리아 안드로이드’(K안드로이드·홈페이지 http://www.kandroid.org)가 지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안드로이드폰이 국내 출시되기 2년 전부터 안드로이드 OS를 공유하면서 정보를 교환해 왔고 최근까지 4회에 걸쳐 ‘칸드로이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왕성한 연구를 민간 차원에서 이어 나가고 있다.

■금지된 멀티태스킹도 가능

현재 아이폰 사용자들은 탈옥으로 애플이 막아둔 △멀티태스킹 기능 △폴더 만들기 △기본 위젯 삭제 △탈옥 상점 ‘사이디아’(Cydia)를 이용하고 있다. 사이디아는 애플이 거부한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는 상점으로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유료인 유사기능의 애플리케이션 상당수가 무료로 제공되면서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이디아는 원래 ‘사과를 갉아먹는 벌레’인 코들링 나방의 유충(Cydia pomonella)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등록이 거부된 개발자들의 애플에 대한 원한(?)이 배어 있는 명칭이다.

사이디아가 커지자 애플은 최근 ‘jailbreak’ 개발자이자 해커인 셰리프 하심 등 2명의 아이디(ID)를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하심은 애플 서버에 수차례 접속, 보안취약성을 검토하다 결국 애플로부터 ID정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애플은 관련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도 마음대로 사용

최근 KT는 3세대(3G) 망에서 스카이프 인터넷전화 사용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많은 돈을 들여 깔아둔 3G망으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경우 매출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KT는 현재 무선랜(WI-Fi)망에서만 인터넷전화를 허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KT의 제한정책을 탈옥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탈옥시킨 다음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조작, 아이폰이 3G망을 무선랜 망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3G망에서 인터넷전화를 활용하고 있는 것.

한편 해외에서는 3G망으로 인터넷전화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추세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는 최근 AT&T사에 ‘3G망으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KT관계자는 이날 “아직 방송통신위원회가 3G망하에서 인터넷전화 사용을 막을지 허용할지 결정하지 않아 후속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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