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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스위니 에픽게임스 CEO “스마트폰용 게임엔진 개발중”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10 20:23

수정 2010.03.10 20:23

에픽게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엔진(Game Engine) 회사다. 게임 개발의 '바이블'로 통하는 기술인 '언리얼 엔진'이 이 회사의 제품이다. 게임엔진이란 3차원(3D) 온라인게임에서 사물의 움직임이나 그래픽 등의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다. 본래 게임 개발업체였던 에픽게임스는 게임업체들의 게임엔진 라이선스 요청을 잇따라 받으면서 아예 게임엔진을 상용화해 지금은 '언리얼 3' 버전까지 개발한 상태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스위니는 1993년 대학생 신분으로 에픽게임스를 창업하고 언리얼 엔진을 만들었다. 국내 게임개발자들에게 기술발전과 게임개발의 연관성에 대한 강연을 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전 최고경영자이지만 아직 현업에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재무적 문제나 사람관리, 프로그램관리 임원은 따로 있어요. 앞으로의 기술과 전략에 집중할 시간도 모자라거든요."

운동화에 면바지. 움직임이 편한 딱 달라붙는 상의. 서울에서 만난 '천재'는 봄날 하이킹을 즐기러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자신을 '테크니컬 디렉터'라고 표현했다. 에픽게임즈의 CEO보다는 한 사람의 프로그래머로 봐 달라는 얘기였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일 정도로 그가 한국과 맺은 연은 꽤나 길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에 언리얼 엔진 2를 제공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팀 스위니는 이번 세미나에서 "모바일게임에도 3D 엔진이 도입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플랫폼에 맞춰 게임을 중복해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해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에픽게임즈는 이에 대비해 '스마트폰용 언리얼 엔진'을 개발 중이다. 그는 "최근 고객사들에 아이폰 3GS 기반에서 '언리얼 3' 게임엔진이 돌아간다는 것을 시연했다"고 말했다. 다만 3D의 확산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화질(HD) TV가 해상도를 영화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3D TV가 우리 안방을 차지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팀 스위니는 "한국을 매우 흥미로운(Interesting) 국가"라고 표현했다. 전체 연령대별로 게임 이용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고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는 것. 언리얼 엔진을 한국이 쓰기 시작한 지 벌써 9년이나 된 게 그 방증이다. 실제로 전 세계 4500여개 도시 가운데 에픽게임스가 무료로 배포한 게임엔진인 'UDK'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도시는 바로 서울이었다. 2위와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일 정도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신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는 한국 게임업체들에 시류를 잘 이해하라고 조언했다. 주변 환경에 무관심하면 일본 게임회사들처럼 고립되어 버리므로 세미나와 국제 콘퍼런스엔 꼭 참석해 변화에 적응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에 대해선 조급해 하지 말고 좀 더 멀리 보라고 권한다. 팀 스위니의 성장철학은 바로 '천천히(Steady) 성장하자'다. 회사의 명성으로 보면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에픽게임스는 18년째 110여명이라는 적은 직원 수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나스닥 상장도 아직 하지 않은 100% 사기업이다.

"회사의 덩치를 빠르게 불리느라 회사가 불안정해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시나리오입니다.
매출 등의 실적이 최소한 5배 이상 불어나지 않으면 상장은 고려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한국 회사들에는 맞지 않는 조언일 거예요(웃음)."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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