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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 “인터넷 기업들은 성장중 규제보단 자율이 필요해”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30 17:56

수정 2010.03.30 17:56

지난 2003년부터 인터넷기업협회를 이끌어 온 ‘미스터 인터넷’ 허진호 팝펀딩 대표가 7기 인터넷기업협회장을 연임하게 됐다. 인터넷기업협회는 30일 총회를 열어 정식으로 허 대표를 협회장으로 추대했다. 3기부터 연임해 온 허 대표는 당초 이달 중 6기 협회장 임기가 끝나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으나 현 시점에서 허 대표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회원사들의 요청이 잇따라 연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협, ‘규제철폐 깃발’ 1기에서 ‘업계 상생’ 2기로

“제가 사임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인터넷기업협회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지금까지 해 온 규제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창구 역할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면서도 이제 막 주류로 편입되기 시작한 인터넷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상생하도록 조율할 것인가, 거기에 좀 더 방점을 찍어야 할 때가 됐다고 봤거든요. 그렇다면 ‘각을 세우던’ 제가 아닌 다른 분이 협회를 이끌어 주실 것을 기대해서였습니다.”

이날 기자와 만난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지금까지의 협회가 ‘1기’였다면 올해부터는 ‘2기’로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3년 처음 선임됐을 때의 정보기술(IT) 업계가 ‘텅 빈 공터’였다면 지금은 거대한 할인양판점과 지역사회 슈퍼들이 공존하는 상가와 마찬가지”라며 “개개 업체 사이에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기존 규제철폐에 대한 목소리와 그 외의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8대 2의 비율로 내왔다면 올해는 반반씩 역량을 모으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협회장은 그가 생각하는 ‘상생’의 좋은 예로 최근 NHN가 만든 투자펀드를 들었다. “인터넷 기업끼리 공동으로 비즈니스할 수 있는 컨소시엄을 만든다든가…그런 흐름을 만들어가도록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겁니다. 7기 인기협에서는 그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합니다.”

■“정부 진흥책 고무적…그러나 관치 돼선 곤란”

그는 최근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 정책이 규제에서 진흥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에 규제철폐에 대한 협회의 목소리가 작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협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매우 고무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정부가 주도하는 ‘관치’로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내부의 혁신이 아니라 아이폰이라는 괴물이 판을 흔들었기 때문이지만 계기가 무엇이 됐든 간에 정책 흐름이 바뀐 것은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관이 너무 앞서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섣불리 제도를 만들면 지금은 유효하더라도 2∼3년 후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이드라인만 만들어주고 관리·감독 형태를 취하는 것이 이상적인 정부 역할이라고 봅니다.”

허 회장은 당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예로 일일 방문자수 10만명 이상의 사이트에 대해 실명확인을 시행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들었다. 해당 제도 탓에 국내 포털 이용자들이 유튜브나 지메일 등 외산 서비스로 지속적으로 넘어가는 등 되레 국내 업체들이 역차별받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인인증서 의무화와 게임 사전심의제도 같은 것도 앞으로 뽑아야 할 ‘전봇대’로 지적했다.

“혁신은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하다 보면 나옵니다.
말이 날뛰어서 산으로 도망가는 걸 막는 울타리는 있어야 하지만 정부가 ‘이 길로만 다니라’며 담을 쌓아 놓으면 혁신이 나올 수가 없지요. 역사적으로 TV, 라디오, 레코더, 전화… 모두 발명자의 의지대로 역할이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터넷기업의 매출을 전부 모아 봤자 10조원도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성장 중이고 다른 산업과 비교해 이노베이션이 더 필요한 산업이라는 얘기죠. 아직 자율이 필요합니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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