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모바일 SW 전쟁’ 상생은 없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30 17:49

수정 2010.03.30 17:49

"무슨 이런 상생이 다 있어요. 지금까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이제 필요하니까 중소기업이 애써 길러놓은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쏙쏙 빼가는 게 상생입니까."(K중소기업 L대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SW) 전문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SW 개발인력을 싹쓸이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 SW 기업들은 "SW 개발이 아예 올스톱될 위기"라며 아우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중소기업들의 SW개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스마트폰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사용자환경(UI), 운영체제(OS) 같은 모바일 SW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SW 개발인력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중심으로 모바일SW 개발인력 확충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600여명인 휴대폰 사용자경험(UX)·SW 관련 인력을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 휴대폰 제조사에서 굵직한 임원급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UI를 중심으로 역량 있는 개발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

LG전자는 올해 신입 채용 인원 1400명 가운데 1200명을 연구개발(R&D) 분야로 뽑을 생각인데 이 가운데 SW 부문 인력을 500명가량 채용할 예정이다. 또 수시로 부서별로 필요할 때 뽑아쓰는 경력직원도 총 600여명 채용할 계획인데 대부분을 SW 개발자 중심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밖에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업계도 모바일 SW 인력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기업들이 SW 전문인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 SW산업 규모가 워낙 작아 모바일 SW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사정이 이런데도 대기업들이 모바일 SW 개발인력을 대거 흡수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진행하던 제품 개발조차 포기해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모바일 SW 기업들은 "그동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들여 SW 개발자를 키워 모바일 시장을 준비했는데 시장이 열릴 만하니 대기업들이 개발자들을 채 가고 있다"며 "정작 중소기업들은 시장에 선보일 제품조차 개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을 방문해 중소기업들의 개발 현장을 둘러본 자리에서 김경선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장은 "아이폰 출시 이후 대기업들이 SW 관련 인력을 싹쓸이 하고 있다"며 "대기업 협력업체, 모바일 업계가 최근 인력 스카우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정부가 보다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인력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함께 생존하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인력채용 문제에서부터 중소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악순환만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권해주 홍석희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