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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 고달픈 ‘소통2.0’..트위터 까다로운 고객질문 ‘진땀’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05 19:56

수정 2010.04.05 19:56

“@ollehkt @show_tweet @hmpyo 답변 주신다고 한지 13시간 27분 지났습니다. 언제 해주실 건지….”

마이크로블로그 사이트 트위터에서 한 이용자가 KT와 KT의 이동통신 브랜드 '쇼(SHOW)'의 트위터 운영자, 그리고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에게 '왜 문의한 내용에 답을 안 하냐'며 여러 차례 남긴 글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실시간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이크로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소통에 애를 먹고 있다.

트위터, 미투데이, 요즘, 커넥팅 등의 마이크로블로그는 140자 안팎의 짧은 글로 소통하는 온라인 인맥구축서비스다. 기업의 홈페이지가 고객을 맞기 위한 '소통1.0'의 수단이라면 마이크로블로그는 정제된 '틀'을 벗어나 실시간으로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소통2.0'의 도구로 불린다. 최근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도 마이크로블로그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기업 경영진과 직접 의사를 주고받는 '소통의 장'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소통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의 어려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KT는 마이크로블로그를 적극 활용하는 업체 중 하나.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즉각 확인해주거나 다양한 요구에 성심껏 답변해주면서 평가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회사 방침에 반하는 질문이나 까다로운 요구가 급증하면서 담당자들이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T 관계자는 "한 이용자는 '기자한테 전달할 내용이니 빨리 좀 답변해달라'고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며 "고객과의 빠르고 직접적인 소통문화를 정착시키는게 목표이긴 하나 요구를 다 해결해 줄 순 없는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이크로블로그 운영에 의욕적으로 뛰어든 삼성전자는 최근 잇달아 터진 이슈로 트위터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와 전직 반도체 공장 근무자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이 쏟아지면서 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하자 트위터 운영자에게 원성이 쏟아지고 있는 것.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트위터 담당자들은 까다로운 질문에 '죄송하다', '반영하겠다', '담당부서에 물어보겠다'면서 은근슬쩍 넘어가기 일쑤다. 고객들은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니 점점 비판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한 트위터 이용자는 "기업들이 마이크로블로그로 소통을 한답시고 고객센터에서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으니 불만이 쌓이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기업들이 트위터 운영에서 애로를 겪는 것은 이용자들의 기대수준은 높은데 비해 담당자가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은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 의사소통 전문가 모임 스트래티지샐러드(Strategy Salad)의 정용민 대표는 "마이크로블로그 운영자가 발견한 이슈와 논란에 대해 회사가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즉각 해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한계가 있는 이상 기업들은 계속 '침묵' 전술로 갈 것"이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때문에 기업이 마이크로블로그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선 기업 고위층이 먼저 마이크로블로그의 즉시성과 파급력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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