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T정책 기싸움,업계는 ‘어질어질’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4 18:15

수정 2010.04.14 18:15

3차원(3D)방송, 무선인터넷 산업이 성장동력으로 조명을 받으면서 정부 부처들간에 방송통신, 콘텐츠 정책을 둘러싸고 정책 주도권 잡기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특정 부처가 발표한 정책을 다른 부처가 재탕해 발표하는가 하면 발표에 동원된 관련 업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부처간 방송통신 정책 밥그릇 다툼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송콘텐츠 정책 주도권 신경전

이런 갈등은 최근 청와대가 방송콘텐츠의 진흥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하도록 업무를 조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노골화되고 있다. 당장 방송업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프로그램공급업체(PP)와 방송사들이 방통위에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방송콘텐츠 진흥 정책이 문화부로 넘어가면서 정부 기능의 양 축인 ‘규제’와 ‘진흥’은 두 부처로 쪼개졌다.
방송 콘텐츠 업계는 “통일된 미디어 산업발전 정책과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책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며 하소연이다.

사실 양 부처간 방송콘텐츠 진흥 정책 주도권 문제는 방통위가 출범할 때부터 불거졌던 부분이다. 이 다툼은 PP관련 진흥정책을 방통위가 맡기로 하고 일단락됐었다. 그러나 민영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도입을 앞두고 문화부가 맡았던 방송광고 관련 정책을 방통위가 담당하게 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문화부가 방송 콘텐츠 진흥정책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결국 청와대가 방송콘텐츠 진흥 정책은 문화부로 이관하고 방송광고 정책은 방통위에 넘기는 식으로 정리를 했지만 업계에선 “정책을 표류하게 만드는 악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PP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산업 진흥정책의 핵심은 규제 정책을 활용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을 분리하는 것은 방송산업의 특성이나 업계의 의견은 무시한 채 정부 부처간 정책 주도권 다툼을 손쉽게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무선인터넷 정책, 재탕 논란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는 방통위와 지경부가 재탕정책 논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지경부가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산업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규제개선 민·관 합동위원회’를 발족해 △공인인증서 의무화 △게임 사전심의제 △인터넷 본인확인제 같은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서자 방통위가 발끈한 것. 주요 개선정책들이 이미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중복된다는 것이다. 사실 방통위도 최근 관련업계 간담회 등 여론수렴을 거쳐 동일한 내용의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미 전담반을 구성해 놓은 상태다.

지난달에도 방통위가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통신업계와 휴대폰 제조사, 인터넷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한 직후 지경부가 같은 업계 CEO들 간담회를 열어 무선인터넷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정부 부처가 동일한 행사를 각각 치르면서 바쁜 CEO들을 동원하는 바람에 기업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심각

이런 문제는 정부 부처간 업무 조율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는게 업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국민과 대통령의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서로 정책 주도권을 잡겠다고 중복정책을 늘어놓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분야는 정책공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2년간 IT산업은 정부부처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IT홀대론이 팽배했었는데 올들어 서로 IT주관부처라고 나서면서 IT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을 보면 심각성을 한번에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컨트롤타워가 중복과 공백이 없도록 업무 분장만 해줘도 업계가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털어놨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