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혈관 청소하는 직경 1㎜ 로봇 개발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16 18:02

수정 2010.05.16 18:02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 심장혈관 질환이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200만명의 환자가 생겨나며 전 세계 사망원인 1위(30%)도 바로 이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동맥 안에 콜레스테롤이나 칼슘, 미네랄 등이 쌓여 혈소판과 뭉치면서 생기는 혈전이다. 이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 질환과 같은 심장혈관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이 질환은 지금까지 심도자(Catheter)를 활용해 치료해 왔지만 대체기술에 대한 요구가 계속돼왔다. 치료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과학자가 막힌 혈관을 뚫고 혈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마이크로 로봇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신체 내부가 아닌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조만간 의료 진단에 사용될 전망이다.

■직경1㎜ 초소형 로봇이 혈관 청소

전남대학교 로봇연구소는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시스템을 개발, 미니 피그의 막힌 혈관을 뚫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살아있는 동물의 혈전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로봇의 크기는 직경 1㎜, 길이 5㎜로 진단이동 속도는 50㎜/min이다. 이 로봇의 치료 대상 질환은 만성완전협착, 급성심근경색, 동맥경화증, 뇌졸중 등이다.

로봇은 주사기를 통해 혈관 내에 주입된다. 주입된 로봇은 위치인식·이동·치료·초음파 이미징 센서 등을 통해 필요에 따라 자동 혹은 수동으로 조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로봇에 초당 20∼30회(분당 1200∼1800회) 회전하는 마이크로 드릴을 장착해 미니 피크의 막힌 혈관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마이크로 로봇시스템은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로봇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의료기기 핵심 기반 기술로 혈관 질환 진단 및 치료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오 연구소장은 "불규칙하고 강한 혈류와 혈압을 견디면서 로봇을 원하는 곳에 위치시키는 기술 구현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말 안장 형태의 3차원 구동용 자기장 코일시스템을 제작해 이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020년께 상용화 예상

연구팀은 로봇과 치료 공구를 합친 심혈관계 마이크로 로봇을 2014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 임상실험을 통해 로봇의 기능을 입증한 뒤 이르면 2020년께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박종오 연구소장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르면 2020년쯤 제품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전남대병원 심혈관 내과 정명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마이크로 로봇에 여러 진단과 치료 기능을 탑재해 심혈관계 질환 치료와 수술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혈관 치료용 로봇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김홍주 로봇팀장은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통해 국내 의료기술이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의료 분야 로봇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사진설명=전남대학교 로봇연구소가 마이크로 로봇(손가락 위)을 이용해 미니피그의 혈전을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소는 3차원 구동용 자기장 코일시스템을 제작해 로봇을 원하는 곳에 위치시키는 기술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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