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구글 ‘만능TV’ 험난한 앞날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30 18:13

수정 2010.05.30 18:13

구글TV가 구글측이 공언해 온 것 같은 '만능TV'가 과연 될 수 있을까. 지난 21일(현지시간) 구글은 인터넷 기능을 통합한 '구글TV'를 공개하면서 "'구글TV'를 이용하면 수백개의 유료방송 채널은 물론 인터넷과 동영상 사이트에 있는 방대한 콘텐츠도 모두 볼 수 있다"고 천명했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구글의 협력사들이 제한적인데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케이블TV 등 경쟁사들의 견제가 워낙 심해 올가을 출시할 제품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기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케이블TV 업계는 구글을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있다. 이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블쇼 2010' 행사에서 카일 맥슬라로 미국케이블방송통신협회장은 "구글은 이미 케이블TV를 위협하는 경쟁사"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드라마, TV쇼 등 방송 콘텐츠를 쥔 컴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콕스커뮤니케이션즈 등 케이블TV 업체들은 구글의 방송서비스 진출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구글TV는 방송의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TV 제조사보다 방송사업자를 위협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

이 때문에 컴캐스트 등 방송사업자들은 케이블TV의 핵심 수익원인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의 잠식을 우려해 구글에 방송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 케이블TV 기업들은 TV뿐 아니라 웹상에서도 VOD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VOD 시장 성장률은 연간 30∼40%에 달한다.

구글이 웹상의 방대한 동영상 콘텐츠를 모두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TV 제조사들은 제휴를 맺은 온라인 동영상·사진·뉴스 등 업체의 콘텐츠만 제한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거래관계를 맺어야 TV에 최적화된 콘텐츠 및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

국내 한 방송서비스 전문가는 "PC용으로 방대한 콘텐츠를 확보한 MS, 야후 등은 검색, 광고, 운영체제(OS), 웹브라우저는 물론 방송서비스에서도 구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MS 등이 콘텐츠 협력사를 압박할 경우 구글이 웹상의 동영상·사진 등을 제공 받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구글TV를 위해 뭉친 협력사들은 반도체 기업 인텔과 TV 제조사 소니,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 로지텍, 플래시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와 미국 위성방송 디시네트워크 및 유통업체들이다. 방대한 콘텐츠를 대줄 수 있는 협력사는 없는 형편이다.

구글TV의 자유로운 웹 접속 기능 자체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천지의 한 수석기자는 "이미 집에 있는 TV로 유튜브나 아마존닷컴의 동영상·사진 등을 볼 수 있지만 이런 기능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TV 시청시간 대부분을 드라마나 TV쇼를 보는 데 할애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TV 소비자와 PC 이용자의 사용 행태가 전혀 달라 TV로 웹 검색을 하는 등 복잡한 일을 싫어한다는 TV 제조사들의 분석과 맥이 닿아 있는 말이다.
국내 TV 제조사 관계자는 "TV는 즐겁게 방송을 보는 것이어야 하는데 TV가 시청자들을 바빠지게 하면 그건 더 이상 TV가 아니다"란 말로 구글 TV의 단점을 지적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