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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너마저..” e스포츠 최대위기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31 18:12

수정 2010.05.31 18:12

10년여의 역사를 가진 국내 ‘e스포츠’ 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팬과 선수층을 확보한 ‘스타크래프트’의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 스타크래프트 개발사 블리자드 측은 ‘지적재산권을 보호받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KeSPA)는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에 해당한다며 블리자드 측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협회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

협회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크래프트는 이미 핸드볼 등 스포츠처럼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블리자드가 이를 자사 게임 마케팅에 과도하게 사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원제 사무총장은 “게임 개발에 들어간 비용만큼이나 많은 비용이 지난 10년간 한국e스포츠업계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출됐다”며 “그동안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가 공공재화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를 묵시적으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달 27일 블리자드가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과 앞으로 3년 동안 스타크래프트 및 자사 게임과 관련한 방송권 계약 등을 독점 체결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계약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원하는 사업자는 그래텍과 협상을 해야 한다.
앞서 블리자드 측은 협회 측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결렬을 선언했고 블리자드가 직접 협회와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리자드 우세…갈등 불가피

협회는 ‘지적재산권의 인정 범위를 밝히라’며 지재권 인정범주를 협상의 쟁점으로 올렸다. 협회는 이날 블리자드 측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선수 등이 만들어내는 2차 저작물 소유권도 지재권에 포함되는 것이냐’며 ‘블리자드가 과도하게 지재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재권 논쟁은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월등히 우세하다. 현행법상 저작권은 복제권, 공중송신권 등으로 구성되는데 게임을 활용해 방송을 제작할 경우 그에 대한 송신권도 게임 제작사에 귀속된다.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권은 사실상 블리자드에 속해 있었다는 의미다. 블리자드는 자사 권리인 방송 중계권이 판매됐다는 사실을 안 후 저작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협회 측이 이날 꺼내든 ‘공정이용’(페어유즈·fair use) 카드도 업계에선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평가다. 공정이용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교육·보도 목적의 방송물인 경우 일부 저작권이 침해됐다 하더라도 저작권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오세준 변리사는 “이미 프로게임단이 구성됐고 방송사들은 이를 통해 광고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을 두고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모든 권리를 그래텍에 넘겼다.
이에 따라 협회는 그래텍과의 협상 기한인 오는 8월까지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레텍은 협회를 배제한 채 프로게임단 및 방송사와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 계약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e스포츠는 상당기간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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