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수백가지 통신요금제’ 넋잃은 고객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25 17:25

수정 2010.07.25 17:25

KT, SK텔레콤, LG U+등 통신업체들이 250가지 이상의 복잡한 통신요금 상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통신요금의 종류도 다 모르는 소비자가 자신의 통화 패턴에 맞춰 통신료를 절약할 수 있는 요금을 선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오히려 선택권을 침해당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 전체가 2∼3년 약정으로 특정 통신회사에 가입해 요금을 할인받는 가족단위 요금제가 많아져 한번 통신회사를 선택하면 약정기간에는 통신회사를 바꿀 수 없는 추세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통신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통신 3사의 요금을 비교할 수 있는 안내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유·무선을 합쳐 133가지의 통신요금제를 운영하고 있고, SK텔레콤은 72가지, LG U+는 49가지의 통신요금 상품을 운영해 통신3사가 총 254가지의 통신요금제를 운영중이다.

여기다 가족 2∼4명을 결합상품으로 묶었을 때 할인율이 각각 달라지는 요금구조를 감안하면 실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통신업체들의 요금상품은 무려 1000여가지에 육박한다는 게 통신업계 측의 설명이다.

통신요금제가 많아지다 보니 소비자들은 요금상품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소비자는 통신업체 대리점의 권유만 믿고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주부 양모씨(59)는 최근 휴대폰을 바꾸러 대리점에 들렀다가 가족단위로 가입하면 요금이 싸다는 대리점 직원의 말을 듣고 월 10만원에 남편의 이동전화와 집전화, 초고속인터넷을 묶어 3년 약정으로 가족요금제에 가입했다. 양씨는 "대리점 직원 안내만 믿고 가입했는데 며칠 뒤 다른 통신회사에 더 싼 요금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며 "뒤늦게 통신회사를 바꾸려고 했더니 3년 동안은 바꿀 수 없다고 해 3년간 통신요금을 손해 봐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현재 통신회사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비자가 통화패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이동전화 요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가족단위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가족 숫자, 결합상품 종류별로 요금제를 비교하는 서비스가 없다.


특히 통신회사들은 경쟁회사 통신요금까지 비교대상에 포함해 비교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이 통신사간 요금을 비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요금제 간소화 같은 정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무조건 요금제를 줄이기도 어려워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개별 통신회사나 정부 차원에서는 모든 통신회사의 요금을 비교, 안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단체나 통신사업자연합회 같은 기구가 나서 통신회사 전체의 수백 가지 요금제를 일목요연하게 안내하고, 가족 숫자나 통신사용 패턴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요금제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2∼3년씩 약정으로 온가족을 결합하는 최근 통신요금 구조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