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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습’ 못하는 방통위 상임위원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11 21:53

수정 2010.08.11 21:53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이에 사안별 정책을 결정하기 전 충분한 사안 검토와 함께 자신의 입장을 세울 만한 사전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방통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위는 우리나라 방송·통신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협의제 기구로 제대로 된 정책토론이나 옳바른 정책 결정을 위해 사전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편성채널(종편)·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해 방통위 사무국이 마련한 세부일정과 사업자 선정기준, 심사위원회 구성 등 세부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방통위가 11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상임위원들은 11일 오전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기본계획안 및 전체회의 보고안건 상정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4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간담회 개최일정을 통보받았을 뿐 간담회 토론주제와 세부 내용, 앞으로 회의 일정에 대한 사전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방송·통신 분야 전문들이기는 하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산업의 역사와 과거 정책결정의 배경을 미리 알아둬야 토론을 거쳐 새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데 사전정보가 미흡해 내실 있는 토론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게 위원들의 지적이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5인의 위원이 토론을 거쳐 합의제 형식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이유는 충분한 토론을 통해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지만 지금처럼 상임위원들에게 사전정보가 미흡하게 제공되면 위원 간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의제 정책기구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종편사업자 선정 문제 뿐 아니라 방통위 모든 사안에 대해 위원들에게 충분한 사전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편은 KBS, MBC, SBS처럼 뉴스·교양·오락 프로그램을 모두 방송할 수 있는 방송사로 기존 지상파3사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방송사가 될 전망이다.
국내 방송시장의 구조를 바꿀 대형 정책으로 평가되는 종편 사업자 선정은 대형 언론사들의 이해가 팽팽하게 얽힌 문제다. 더구나 종편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자격을 규정한 개정방송법에 대해서는 법개정 절차가 정당했느냐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아직 남아있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또 다른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종편사업자 선정정책은 방통위 상임위원 간 세밀한 토론과 정책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안인데도 위원들이 토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방통위 사무국이 사전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것은 방통위 정책을 부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회의 주제도 알려주지 않은 채 회의에 참석하라는 것은 방통위의 기능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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