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광합성 동물 연구’ 식량난 해법될까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19 17:16

수정 2010.12.19 17:16

'광합성 하는 동물'을 만들어 전 세계 식량부족 현상 및 생태계 보호를 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의 영역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동물에 광합성 능력을 첨가하려는 연구가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다. 성공할 경우 기아와 환경파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광합성을 이용하는 일부 동물 존재해

식물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에너지원의 생산에 있다. 충남대학교 생명과학부 식물생리학 전문가 박연일 교수는 19일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에너지 생산 효율은 동물에 비해 훨씬 높다. 동물의 효율은 이보다 떨어지지만 워낙 식물이 주변에 풍부하기 때문에 이를 먹는 '편한' 방법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일수록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하기 때문에 식물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인간의 개체수는 이미 60억명을 넘은 지 오래다. 식량부족 현상은 곧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광합성이 가능한 동물을 만들어 식량문제를 해결하자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식물의 광합성 기능을 '빌려오는' 동물들이 존재한다. 일부 해파리나 산호는 자신의 몸 안에 미세조류를 지닌 채 광합성을 일부 이용해 살아간다. 또한 푸른민달팽이와 같은 해양생물은 잡아먹은 조류의 엽록체를 수개월 이상 몸 안에 살려두고 이를 이용한다. 하등생물에서뿐만 아니라 몇몇 도롱뇽은 미세조류를 수정란에 주입해 자라는 기간 동안 추가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에도 주입가능? 극복해야 할 한계점은

이러한 기술을 발달시켜 인간에도 엽록체를 주입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미래 인류는 지금처럼 많은 식량을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약간의 물과 기타 영양소를 일부 섭취하기만 하고 일광욕을 하면 당분을 인간의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농경지 확장, 삼림파괴 등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체내에서 엽록체를 계속 생산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박 교수는 "엽록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는 3000∼3500개가량이다. 이 중 10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식물세포핵 내에 존재한다"며 "따라서 최소 2900개 이상의 식물 유전자마저 동물이나 인간 체내에서 제공, 유지해야 엽록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와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태양빛의 파괴력에 더 노출돼야 한다. 푸른민달팽이나 산호 등 광합성 기능을 지닌 동물은 몸이 투명하다. 이는 자외선 등 유해한 태양빛을 차단하면서도 빛을 체내까지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물도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때 세포단위의 미세한 손상을 입으면서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인간이나 육상동물은 태양빛의 공격에 견디기 위해 멜라닌 색소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멜라닌 색소도 손상을 입어 피부 세포가 죽는다.

만일 인간이 효율적인 광합성을 위해 하루에 수시간씩 태양빛에 노출된 투명한 피부를 지닌다면 피부암 등의 심각한 세포손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선 해양생물 중 우리의 주식이 될 수 있는 어류 등에 부분적 광합성 기능을 주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래서 이러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얼마 전 하버드의과대학 연구팀은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제브라피시'라는 물고기 알에 주입했다. 놀랍게도 미생물들은 물고기가 알에서 깨어 나온 뒤에도 2주 동안 살아 있었다.

비록 예상대로 물고기 몸 안에서 증식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극소량의 당분을 물고기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국 스완지대학에선 광합성 어류를 양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 잉어가 광합성을 할 경우 필요한 영양분과 에너지를 연구 중이다. 머지않아 녹색을 띤 생선이 시장에 대량 공급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사진설명='광합성 동물' 푸른민달팽이. 물속에 있는 미세조류의 엽록체를 몸 안으로 흡수해 살려두고 광합성을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