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베들레헴 별’ 실존했던 목성·토성 ‘合현상’”

김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24 17:35

수정 2010.12.24 17:35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마태복음 2장 1∼2절, 개역개정판성경)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베들레헴으로 동방박사들을 인도했다는 ‘베들레헴 별’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신이 보낸 ‘길잡이’인가, 혜성 같은 자연현상인가.

■‘합(合) 현상’ 잇따라 발생

예수 탄생의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략 기원전(BC) 8∼2년 사이로 추정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간 내에 특이한 천문현상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한국천문연구원 김상철 박사는 24일 “당시 밤하늘을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해 보면 BC 7∼4년께에 지구 위 하늘에서 3번의 드문 현상이 있었다”며 “당시 최고의 천문학적 지식을 지닌 바빌로니아나 페르시아 학자들이 이 현상들을 관측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BC 7년에 목성과 토성이 겹쳐 보이는 합 현상이 무려 3회 발생했다. 5월 29일, 9월 29일, 12월 4일에 일어난 합은 놀랍게도 1614년에 이미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BC 3년 8월 12일엔 목성과 금성의 합도 있었다. 이는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현상이었지만 당대 최고 천문학자들이라면 이를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사건은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삼국사기 기록에는 “혁거세왕 54년(BC 4년) 2월 이유일에 견우성 근처에 털이 많은 별 하나가 나타났다”고 적혀 있다. 중국 전한서에도 “건평 2년 2월에 혜성 하나가 염소자리 근처에서 나타나 70일 이상 보였다”고 기록돼 있다.

정확한 첫 발견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이 기간 내에 일어난 ‘결정타’는 신성의 등장이다. 신성은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김 박사는 “당시 점성술사들든 이 같은 신성과 1년여 동안 몇 번씩 보인 합 현상을 보고 ‘유대땅 쪽에서 변혁의 인물이 탄생한다’고 결론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안관측, 생각보다 정확해

하지만 망원경 발명 이전 육안으로만 관측한 결과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까. 김 박사는 “대부분의 천체는 6등급 이상 밝기만 되면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다”며 “케플러 초신성에 대한 연구는 조선 선조시대에 육안으로 관측한 값도 포함해 계산한다”고 덧붙였다.

17세기 초 행성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발견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베들레헴의 별이 신성이나 초신성이라고 생각했다. 신성이란 희미하던 별이 갑자기 환히 빛났다가 곧 다시 희미해지는 별이며, 보통 신성의 1만배 이상의 빛을 내는 특별히 큰 신성을 초신성(슈퍼노바)이라 이른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행성 두 개가 근접해 하나처럼 보이는 합 현상이 ‘베들레헴의 별’의 정체라며 예수는 BC 6년에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합(合)'현상=행성 두 개가 근접해 하나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사진설명=삼국사기에 나온 ''혁거세왕 54년 2월 이유일'(BC 4년 5월 31일)에 관측된 특이한 별을 당시 서울 위치에서 바라본 밤하늘 시뮬레이션 그림. 가운데 노란색으로 표시한 별이 '베들레헴의 별'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