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한의학,오해와 진실] (1) 한의학은 비과학적?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2.09 18:27

수정 2014.11.07 03:41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대변인 겸 홍보이사가 매주 목요일 '한의학, 오해와 진실'이라는 칼럼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한약재는 국산이 좋나', '암치료에 도움이 되나' 등 다양한 주제로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예정입니다.<편집자주>
보통 환자들은 자기가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원장님, 왜 그런 거예요”라는 질문이다. 이 때 “기 순환이 잘 안되네요” 또는 “간의 기운이 목에 해당하는 위장의 기운을 눌러서 소화가 안돼요” 이렇게 설명하면 고개는 끄덕이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는 않는다.

보통 ‘음양오행’이라는 말을 꺼내면 고리타분한 이론으로만 생각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비과학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정부나 의료계 내에서도, 한의약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한의학은 비과학적일까.

물론 아니다. 한의학은 단순히 피상적인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녹아 있는 자연스런 질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가 차서 설사를 자주하거나 생리불순이 있는 사람은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한약이나 기타 침, 뜸 치료를 해 주기만 해도 증상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차가워서 생긴 문제를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해결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인 것이다.

또한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정신적 피로가 과도하게 쌓이면 위장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 질환이 발생한다. 원래 서양의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부정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되면서 ‘신경성 위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질병 개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과학이라고 매도당하던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같은 질환을 ‘간비불화’나 ‘간기범위’와 같은 변증 개념으로 치료를 해오고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과학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얻어진 지식의 체계’라고 정의돼 있다. 한의학은 이미 5000년의 역사를 거쳐 검증되어진 지식체계다. 전 세계적으로 500년 이상 지속되어진 전통은 추가적인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인정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의보감’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에는 지난 500년 동안 동아시아 사람들의 건강에 이바지한 바가 매우 큼과 동시에 지금 현재에도 활발하게 실질적으로 운용이 되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한다.

물론 현대적인 과학기술이 더 발달되면, 그 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분야들이 하나씩 밝혀질 것이다. 지금도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약초들이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비과학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제 서양의학에서 만들어지는 신약의 경우, 그 과정이 길어야 10년이다. 심지어 어떤 특정한 경우에는 6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후에 뒤늦게 부작용이 발견돼 회수된 약들이 부지기수다. 그에 비해 한의학은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케이스의 검증을 거친 지식체계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중심의학(EBM)의 근거에 소위 ‘역사적 근거’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의학의 과학성은 지금도 대한민국 전국 1만3000개 한의원에서 침, 뜸과 한약 등의 한의약적인 치료법을 통해 매일매일 증명되고 있다. 불행히도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중의학을 국가적인 산업으로 추진하여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도 이제 집안에서 아옹다옹할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세계 속에서 선진 한의학을 보급시켜 빼앗긴 선두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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