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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들 해외 환자 유치 속도낸다] (18) 예송이비인후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24 16:36

수정 2014.11.07 00:08

지난 10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째째(20·본명 Varattaya Nokaew)가 목소리 성형을 위해 예송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태국 2010 미스 트랜스젠더’인 그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갔다.

째째는 “태국에 한국 걸 그룹이나 음식들이 많은 인기를 끄는 등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한국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알게 돼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들은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도 저음의 남성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목소리 성형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갖길 원한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는 목소리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지난해에만 해외환자 60명이 목소리 성형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24일 “남성의 성대는 길고 두껍고 볼륨이 크기 때문에 여성의 성대처럼 가늘고 짧게 바꿔주는 수술을 하면 여성 목소리를 갖게 된다”며 “하지만 1.5∼2㎝ 내외의 작은 성대모양을 바꿔 음 높이를 조절하는 시술이기 때문에 미세한 수술 기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 목소리의 가장 큰 차이는 음성의 높낮이, 즉 주파수(㎐)의 차이에 있다.

주파수는 성대의 길이와 크기가 결정짓는데,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성대의 길이가 길고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소리를 내게 된다. 현이 길고 굵은 악기가 낮은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성 목소리의 기본주파수는 대략 100∼150㎐이며 여성은 200∼250㎐정도. 일반적인 성대의 길이는 여성이 평균 1.5∼1.8㎝로 남성의 2.0∼2.3㎝보다 짧다.

김 원장의 수술법은 지난 200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음성학회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남성처럼 낮은 목소리를 내는 여성 33명을 대상으로 성대의 길이와 모양을 바꿔주는 ‘성대단축술’과 성대 윗부분을 당겨서 묶어주는 ‘전유합전진술’을 동시에 시행해 목소리 톤이 평균 74.2㎐ 증가된 것을 확인했다.

치료를 받은 여성 33명은 어린 시절 호르몬 작용 이상으로 인해 목소리가 남성화된 부신성기증후군과 부신발성장애 환자 10명(30.3%), 재생불량성빈혈 치료 부작용 환자 3명(9.1%), 성전환자 20명(60.6%) 등이다.

지난 2006년 목소리 성형을 위해 예송이비인후과를 방문한 환자는 6명에 불과했지만 학회 발표 이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논문에도 나와있듯이 김 원장은 트랜스젠더의 목소리 수술을 위해 수술법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가톨릭대에 있을 당시 재생불량성빈혈환자들이 안드로겐 호르몬치료를 진행하면서 여성의 성대가 남성처럼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 부실성기증후군 환자들도 호르몬 이상으로 여자들도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어린 여자아이의 경우 남성 목소리를 갖게 되면 스트레스로 인해 학교생활이 힘들었다. 이 때 실시한 게 성대를 여성처럼 가늘고 길게 바꿔주는 수술이었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과거에는 작고 예민한 성대를 수술한다는 것에 부담과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첨단 후두내시경과 수술기법의 개발로 성대 길이를 줄여 목소리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얼마 후에 러시아 의사가 우리 병원에 연수를 온다. 이 의사를 통해 러시아에도 우리 수술법을 알리는 등 해외환자 유치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사진설명=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오른쪽)이 태국 트랜스젠더 째째를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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