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공룡 구글’ 한국 모바일 생태계 좌지우지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4 17:12

수정 2014.11.06 20:36

국내 모바일 생태계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의존도가 70%에 육박할 만큼 높아지면서 지나친 특정 기업 의존이 한국 모바일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유선인터넷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95% 이상 높은 의존도를 기록하면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모두 토종 산업이 붕괴된 우리나라의 과거 경험이 모바일 생태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걱정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모바일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구글을 향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방’과 ‘공유’를 내세웠던 구글의 창업정신이 희석되면서 구글이 점차 개방된 구글 생태계 진입 문턱을 높이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신중하게 생태계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 검색엔진 강제, 소비자 선택권 제한

안드로이드 모바일 시장에서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드로이드폰 첫 화면에는 구글 검색창이 붙박이로 있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토종 검색엔진을 쓰기 어렵다는 게 국내 인터넷 업체들의 지적이다. 유선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이버·다음 같은 토종 검색엔진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구글이 세계적으로 검색시장에서 실패한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모바일 세상에서는 토종 검색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안드로이드폰에서 네이버·다음의 검색엔진을 첫 화면에 등록하려면 8단계의 수월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허니콤, 문턱 높이기

태블릿PC용 OS인 ‘허니콤’에 대해서는 구글이 자사의 여러 서비스를 기본으로 탑재하도록 조건을 제시해 제조사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허니콤을 채용하려면 전자책(e북) 서비스로 구글북스와 영상통화를 위한 구글토크를 탑재해야 한다.

태블릿PC 제조사들은 “구글의 요구 조건을 맞추면 모든 제조업체가 동일한 태블릿PC를 만들 수밖에 없어 제품 차별성을 갖추기가 어렵다”며 “HW 요건도 까다로워 구글의 조건을 맞추다 보면 제품 가격도 높아지고 출시 일정도 늦어진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관리의무 있는 장터는 나 몰라라(?)

구글이 개방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열어놓은 안드로이드마켓은 음란물과 불법복제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해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4개 음란·선정성 관련 단어로 검색한 결과 570여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 70% 이상은 무료이고 특별한 차단장치도 없이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로이드마켓의 불법복제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인터넷에선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린 유료 애플리케이션들을 복제해 배포하는 암시장(블랙마켓)이 독버섯처럼 돋아나 개발자들의 의지를 꺾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OS 사업자들과 달리 구글은 독립 파일 형태로 애플리케이션들을 저장할 수 있게 해 불법복제를 방치하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 변질 우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은 22.7%다. 반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은 66.8%에 달해 안드로이드 OS 의존도가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소비자나 제조업체, 애플리케이션 벤처, 이동통신 업계 모두 구글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정보화 가속도 정책을 펴면서 원천기술 개발이나 자체 생태계에 대한 고민 없이 손쉬운 MS 활용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정보화는 빨라졌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액티브X 프로그램의 폐해와 토종 문서입력 SW인 ‘한글’까지 시장에서 위협을 받는 등 생태계 구축 실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런 아픔이 다시 모바일 생태계에서 재현될 우려가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김진영 교수는 “우리나라가 너무 급히 구글 생태계를 들여온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2∼3년이 아닌 10년을 내다보고 TV, 자동차 등 미래 ICT 관련 SW와 생태계에 대한 투자 및 정책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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