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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6)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성공한 벤처 5개 설립 ‘살아있는 신화’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7.31 17:16

수정 2011.07.31 17:16

"대기업과의 경쟁을 두려워 마라. 대기업이기 때문에 잘 될 요소가 10가지라면 대기업이어서 안 되는 이유는 20가지가 넘는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이니시스 창업자)의 말엔 힘이 넘쳤다. 그는 "후배 벤처인들이나 직원들에게 이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스스로를 '지하철을 타고 된장찌개와 국밥을 좋아하며 노트북을 넣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 '평범한 젊은이'라고 소개했다.

■벤처계의 살아있는 전설

권 대표의 현재 직함은 프라이머 대표. 하지만 그를 설명할 땐 여전히 '이니시스 창업자'라는 수식어가 훨씬 낯익다. 전자지불·결제사업이 꽃피기도 전인 지난 1990년대 말 그가 설립한 이니시스의 전자지불 시스템은 업계의 표준이 됐고 지난 2002년엔 코스닥 상장까지 마쳤다.
벤처기업이 한국 전자 지불 시스템의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가 설립한 벤처기업은 이니시스 외에도 4개가 더 있다. 권 대표는 "가장 뿌듯한 점은 이니시스를 포함해 5개의 벤처기업이 모두 현재까지 건실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성공 확률이 5% 미만이라는 벤처회사를 5개나 설립했고 그 회사 모두가 10년 넘게 생존하는 것은 거의 유례가 없을 만큼 높은 성공률이다.

권 대표는 5개 벤처기업의 성공비결에 대해 △각 회사간의 지식 및 기술적 시너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낮은 의존도와 팀워크 중심의 운영으로 설명했다.

남의 성공은 원래 쉬워 보인다. 권 대표 역시 벤처기업가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업 당시를 회고하는 권 대표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머리가 터질 정도로 이슈도 많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아 생각할 시간조차 부족했던 것이 당시"였다고 회고했다.

■창업자에서 조력자로

그가 현재 대표로 있는 프라이머는 벤처기업 가운데서도 초기 창업 상태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그는 후배 벤처기업가들에게 "나는 왜 창업을 하는가와 나는 왜 이 분야를 선택했나에 대해 창업가 스스로 답변할 수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있는 벤처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사업 과정은 시작부터 사방이 지뢰다. 프라이머에 많은 사업가, 예비 창업가들이 인큐베이팅을 신청하는데 대다수가 '우주 정복과 세계평화'를 하겠다고 한다"며 "참 안타까운 상황이고 조언을 해줘도 쉽게 방향을 수정하지 못하더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창업 이후 사업이 진척된 이후에는 외부조언을 받아들여 사업을 재기획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벤처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프라이머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대학생 창업 희망자들이 많다.

■'스타일 쉐어' 성공예감

성공할 것 같은 사례를 꼽아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권 대표는 주저없이 '스타일 쉐어' 팀을 꼽았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윤자영씨가 대표인 '스타일 쉐어'는 인맥구축서비스(SNS)와 온라인 쇼핑을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본인과 친구의 패션 사진을 공유하고 제공된 의상과 모자 안경 등 아이템을 곧바로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쟤가 입은 게 뭐지'라는 심리에 착안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스타일 쉐어'팀은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되는 '2011 매스챌린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폐쇄적 OS운영, 스마트 시대 암울"

권 대표는 최근 애플이나 구글 등 스마트 모바일 운영체제(OS) 기업들의 폐쇄적 정책이 스마트 모바일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계심을 내비쳤다. 그는 "스마트폰 OS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동력은 창의성과 개방성인데 OS기업들이 폐쇄성이 지속되면 SW개발사들은 족쇄를 차고 금광 갱도에서 금을 캐는 노예 노동자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업이 뜬다고 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항상 머리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혁명'최근의 기술변화가 모든 벤처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급성장하는 산업에서도 대다수의 창업회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으니 산업 발전 추세를 막연히 낙관하고 창업에 뛰어들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권 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이정표' '오솔길'로 설명했다.
자신처럼 벤처의 꿈을 가지고 있는 오늘 세대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권 대표의 꿈이다.

다음번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선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자신의 인맥으로 추천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를 찾아간다.
권 대표는 이찬진 대표에 대해 '영원한 엔지니어'이자 '영원한 벤처인'으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하는 분이라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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