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한국 과학의 미래,이젠 노벨상이다] (2) ② 단백질 합성효소 연구로 難治의 벽 허문다

허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18 17:06

수정 2011.09.18 17:06

오는 25∼30일 미국 유타주에서 열리는 단백질 합성효소 관련 국제심포지엄(2011 International Symposium on Aminoacyl-tRNA Synthetases)에 의미있는 강연 순서가 마련됐다.

인간 유전자가 발현하는 단백질 합성효소를 집중 연구하는 세계 선도 과학자들의 학술행사에 마지막 기조강연자로 한국인 과학자가 나선다.

바로 서울대학교 김성훈 교수(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을 이끌며 신약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는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전스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나노기술(NT), 생명과학(BT), 정보기술(IT) 등 다학제 간 융합연구를 통해 인류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신약 타깃으로 가는 길을 보다 빠르게 찾아내는 '이정표'를 그려가는 과정이 바로 그가 연구하는 신약플랫폼 기술이다.

김 교수는 18일 "(신약개발에서) 질병을 공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목표지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전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이 위기에 봉착했지만 유망한 타깃을 보다 빨리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길목을 열어준다면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대한 인간 유전자 중 난치병 치료 가능성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은 20개의 유전자를 선택, 이들 유전자가 발현하는 효소류를 집중연구하고 있다.

이 결과 그는 카이스트가 올해부터 국내에서 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각 분야의 선도 과학자와 연구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국제심포지엄에도 기조강연자로 초청받았다.

되짚어보면 '프런티어'라는 단어는 그와 인연이 깊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997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 변변한 연구실도 학생도 없는 '빚투성이' 과학자였다. 그때 벼랑 끝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이 바로 1997년 시작된 창의적연구사업(현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이었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모방에서 창조로"라는 정책기조를 내걸고 1997년 닻을 올린 창의적연구사업에 발탁돼 1998년부터 9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인간 유전자의 발현효소에 천착해 본격적인 질병연구를 심화하는 또 한 번의 변곡점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차세대 연구자에게 2021년까지 최대 1200억여원을 지원하는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의 물꼬를 터줬다.

김 교수는 끈질긴 연구가 과학자 개인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위기 때마다 절감했지만 "과학은 자연의 거대한 비밀 앞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끝없는 탐구"라고 의연하게 말한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피인용지수가 기대치에 못 미쳐도 '비밀이 많은 지식의 바다를 개척하는 즐거움'으로 여긴다고 했다.

선명한 백열등이나 서류뭉치 없이 살구빛 조명 아래 적당한 여백을 남겨둔 김 교수의 연구실은 변칙과 비주류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을 말해준다.
"제가 선택한 20개의 유전자가 발현하는 단백질 효소들은 생명발생 초기부터 생명체와 같이한 가장 오래된 생명분자죠. 그만큼 생로병사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연구를 하면 할수록 참 불가사의하고 경이롭죠. 이 비밀을 하루빨리 풀어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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