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생활의 혁명이 시작된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3 15:16

수정 2010.01.03 18:46



#2010년 6월 출근길 지하철. 회사원 이용헌(34·서울 광진구 구의동) 씨는 전날 집에서 PC로 작업했던 기획 프로젝트 파일을 휴대폰으로 다시 불러내 꼼꼼히 살펴본다. 아침 회의에 제출하기까지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안 내용과 잘못된 내용을 휴대폰에서 곧 바로 수정해 PC에 저장한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클라우드(cloud·구름) 컴퓨팅’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들이 정해진 PC 없이도 웹상에 자료를 저장해 어디서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분산형 서비스다. ‘거대한 구름 같은 컴퓨터’에 접속해 구름의 일부를 원하는 만큼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1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윈도 애저’를 선보일 예정이다. MS의 소프트웨어 설계책임자 레이 오지는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MS 개발자 회의에서 “우리는 PC와 휴대전화, 웹을 넘나들며 체험할 수 있는 솔루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윈도 애저가 “3개의 스크린과 1개의 클라우드” 시스템의 일부분이라고 소개하고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로 연결된 PC, 휴대전화, TV로 소프트웨어가 송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세상을 바꾼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업무환경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져다줄 생활의 변화를 회사원 이 대리(가상인물)의 하루 일과를 통해 알아본다.

#08:45=업무 시작. 프로그래머인 이 대리. 그의 책상에는 달랑 넷북 한대가 놓여 있다. 그는 PC를 켜고 중앙 서버에 접속, 얼마 전 수주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자바(Java) 프로그래밍 언어를 불러 온다. 넷북 이지만 전혀 느리거나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웹기반으로 컴퓨팅자원을 얼마든지 끌어쓸수 있기 때문. 능숙한 손놀림으로 프로그래밍을 해 나간다. 데스크톱PC로나 가능한 일을 25.4cm 크기의 모니터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때문. 사무실 개인 책상마다 놓여 있던 ‘데스크톱 컴퓨터’는 머지않아 보기 어려워 질 것이다.

현재 LG CNS가 이 같은 시도(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축)를 실제로 하고 있다. 오는 2월부터 회사내 개인 책상에 있던 PC는 모두 사라진다. 대신 넷북과 모니터를 전 직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 임직원들과 협력사 직원 약 1만명은 내년부터는 각종 데이터를 PC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 중앙 서버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컴퓨터가 없더라도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기만 있으면 회사 외부에서도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LG CNS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상품화 해 부가 서비스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LG CNS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00=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이대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팅장소 근처에 있는 친구에게 가볍게 ‘트위터’를 날린다. 친구가 말해준 식당 위치는 바로 GPS로 확인한다. 잠시 주식 사이트에 접속해 관심종목에 주문을 걸어둔다.

#12:30=바쁜 일정 때문에 허겁지겁 점심을 먹었다. 1시간 뒤 거래선과 미팅이 예정돼 있어서다. 회사에 들어와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준비한 파워포인트와 보조 자료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 휴대폰에 장착된 DMB를 보면서 긴장감을 푼다.

#13:40=거래처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은 뒤 새로 받은 명함은 스마트리더 기능을 이용해 바로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명함은 곧바로 회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전송돼 직원들이 공유하게 된다. 회사에서 긴급 e메일이 들어왔다. 양해를 구하고 간단하게 문서파일을 열어 답장을 보낸다. 잠시 후 스마트폰에 장착된 프로젝터를 이용해 거래처 사람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다. 테이블에는 더 이상 무거운 프로젝터나 종이 파일을 찾아 볼 수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통해 연결된 각자의 모바일 기기에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뜨기 때문이다. 아차∼ 낭패다. 동영상 파일이 빠졌다. 곧바로 스마트폰과 회사의 서버에 접속, PC를 연결해 동영상을 화면에 띄워 설명을 이어간다. 자칫 밋밋할 뻔 했던 만남이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15:00=거래처와의 미팅이 끝난 후 급하게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긴급 메시지가 들어와 처리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넷북을 켜고 곧 바로 회사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한다. 어제 처리 하다 만 공문을 화면에 띄워 작업을 시작한다. 공문을 팀장에게 보내 결제를 받고, 곧바로 거래처에 보낸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15:30=회사로 돌아오는 길. 그는 스마트폰을 다시 켠다. 오늘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의 단말기에는 고객별 구매성향, 연령별 판매 비중, 제품별 및 성별 구매 현황이 한눈에 볼 수 있게 뜬다. 외부에서 고객을 관리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른바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가 서비스를 본격화 하기 위해 나서고있다. 이 회사가 추진하는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 거의 모든 기업 어플리케이션 분야로 이를 확대하는 것. 기업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환경의 중심이 PC에서 이동성이 뛰어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은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자신들의 기업 어플리케이션들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SDS는 현재 미국의 뉴저지 데이터센터에 모바일용 서비스 인프라인 ‘삼성 모바일 클라우드 센터’ (SMCC)를 구축,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16:00=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당신이 5년 내에 간암에 걸릴 확률은 82%다. 하지만 지금부터 술과 짠 음식을 줄이고 약물치료를 병행한다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치료부터 한다? 지금 생각에는 생뚱맞은 소리로 들린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한 인간의 완벽한 유전자 분석을 위해서는 144코어 이상의 슈퍼컴퓨터 파워가 필요하다. 데이터량도 22기가바이트(GB) 이상이 필요하고, 수년∼수십년이 걸린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이를 하루면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삼성SDS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원에 위치한 삼성SW연구소에 ‘삼성SDS클라우드컴퓨팅센터’를 오픈, 사업에 착수 한 것.

삼성SDS 관계자는 “과거에 한 명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처리 속도를 하루 이내로 줄이고 비용을 1000달러 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이미 한국인 2개 가족 8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에 돌입한 상태다. 내년 상반기까지 완벽히 분석해 낼 예정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래의 자신 건강상태를 예측, 암이나 당뇨 같은 닥쳐올 질병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이길여암당뇨연구소, 국가생물자원정보센터 등과 유전자 분석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며 유전자 처리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18:30=집에 가는 길. 음악·사진·동영상·게임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한 화면에 묶어둔 ‘큐브’를 이리저리 돌려 시간을 보낸다. 최신 게임을 이동통신사 앱스토어에 접속해 다운 받아 게임 삼매경에 빠진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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