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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없는 지상파 재송신 협상, 결국..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25 14:07

수정 2011.12.25 14:07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SO)의 협상이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서 중재자이자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심판 없이 진행되는 싸움이다 보니 누구 하나가 죽어야만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번 협상이 진행되는 내내 업계의 자율협상을 강조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는 사이에 양측의 갈등은 점차 심화됐고, 결국 현재는 협상을 더이상 이어나가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방통위는 당초 올해 안에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이 조차도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제도개선안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협상이 마무리된 후 제도개선안이 나올 경우에는 협상 자체를 재검토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방통위는 협상에서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올해 안에 마무리 짓기로 한 제도개선안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연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법원의 결정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간끌기 작전으로 케이블TV 측을 압박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법원 결정은 CJ헬로비전이 디지털 케이블TV에서 지상파를 재송신할 경우 지상파 3사에게 각각 하루 5000만원씩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은 지상파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 기간 동안에는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방송 송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 측이 입장을 바꾸지는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지상파 재송신 협상은 당초 시일을 정해두고 진행됐으나, 양측의 합의에 따라 일정을 계속 연장하면서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과 SO들은 가입자 한 명당 재송신 대가를 각각 280원과 100원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쟁점에서 의견이 갈리다 보니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는게 당연한 상황인 것이다.

협상에 진전이 없다보니 케이블TV 측은 지상파 재송신의 적정 대가를 묻기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지만 이 조차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업계는 언제까지고 의미없는 협상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대책을 세우고 있다. 당장 디지털 케이블TV 이용자들에게 지상파 고화질(HD) 방송 송출을 중단하거나, 지상파 프로그램의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 방법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든 협상을 마무리 짓자는 생각이었으나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이번 주 중 또 다른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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