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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 갈등' 애플·구글은 웃는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4 22:03

수정 2012.02.14 22:03

 KT와 삼성전자 간의 '스마트TV 갈등' 수혜자가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미국계 인터넷 업체들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KT와 삼성전자 양측이 모두 특별한 성과 없이 갈등을 봉합하면서 '통신망 사업자는 인터넷서비스.플랫폼 사업자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없다'는 선례만 남겼기 때문이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KT가 지난 10일 초고속인터넷 회선에 대한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불거진 스마트TV 갈등이 양사 간 합의를 통해 해소됐다고 밝혔다.

 양사 합의내용의 골자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14일 오후 5시30분부터 재개하고 삼성전자는 관련 소송 일체를 취하하는 한편 앞으로 기업 간 세부 망중립성 방향을 논의하는 자율협의체에서 스마트TV분과를 만들어 성실히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양사의 합의와는 별개로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무단으로 차단해 소비자 불편을 야기한 KT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통신망, 공짜(?)

 방통위와 관련업계, 망중립성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일제히 "KT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갈등은 결과적으로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계 인터넷 업체들이 세계 최고의 한국 인터넷망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만 만들어준 셈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결론이 국내 업체에 대한 혜택보다는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기업에 대한 혜택이 막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당장 국내외 인터넷 업체들이 세계 유일의 전국 100Mbps급 유선인터넷이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촘촘히 연결된 무선인터넷망을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제한할 수 없다는 게 이번 갈등의 결론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통위는 물론 갈등을 촉발한 KT나 삼성전자 모두가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의 통신망은 누구나 공짜로 사용해도 된다고 오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제재 결정에 업계 '촉각'

 일단 통신업계는 방통위가 KT의 스마트TV 인터넷 접속 차단에 대해 어떤 제재를 결정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제재 결정이 KT 개별 회사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플랫폼 사업자에게 통신망의 대가를 요구한 통신업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처럼 비칠까봐 부담스럽다"며 "방통위 제재의 수위가 한국의 망중립성 정책을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가 KT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면 망중립성 논란으로 제재를 받은 사실상 세계 첫 사례가 된다. 지난 2009년 컴캐스트가 개인 간 파일공유서비스(P2P) 업체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 것에 대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제재가 결정됐지만 법원이 제재무효 결정을 내린 일이 있다.


 ■KT "통신망 대가 전제로 협상"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망중립성에 대한 세부제도를 마련하기 전에는 통신망 사용 대가에 대해 기업 간 자율협상을 유도해 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망중립성 원칙과는 별개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비 보전을 위한 통신망 사용대가에 대해서는 기업 간 자율협상을 존중하는 게 일반적인 사례다.


 KT도 이번 합의에 대해 "그동안 통신망 사용대가에 대해 협상에 나서지 않던 삼성전자가 통신망 사용대가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해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비슷한 모델로 스마트TV 사업을 준비하는 LG전자는 이미 통신망 사용대가를 지불하는 방안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대가협상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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