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한국 과학의 미래,이젠 노벨상이다] (5) ④ 한국과학영재학교

허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18 17:53

수정 2012.03.18 17:53

한국과학영재학교는 학생 주도 체험학습을 통한 창의력 신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화학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학생 주도 체험학습을 통한 창의력 신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화학실험을 하고 있다.

【부산=허현아 기자】"과학고 친구들도 대부분 학원에 다녀요."

'1등'을 쫓는 맹목적인 경쟁이 한국 사회를 '영재'마저 길러내는 사교육의 별천지로 만들고 있다. 학원에서 수학, 과학, 물리에서 창의력까지 소위 '올림피아드 성적'으로 평가받는 영재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도 과외와 학원의 쳇바퀴 속에서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영재들의 불행을 멈출 방법은 없을까? 그 흔한 입시 걱정 없이 우수한 두뇌와 자유로운 상상력, 남다른 몰입의 열정으로 무장한 과학 꿈나무들을 지난 15일 부산 당감동의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KSA)에서 만났다.

김범윤 학생(3학년)은 지난해 가닥을 잡은 로봇 제어기술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이론을 현실로 옮겨오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견딜 만한 맷집도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만날 책상머리에만 앉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영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만든 단편 스릴러 '더 타깃(The Target)'과 로맨틱 코미디 '옆자리 공간창출'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은 김군은 친구들 사이에 '연기파 배우'로도 통한다.

국내 영재학교 1호로 불리는 KSA의 학생들은 '입시지옥'도 '등수 경쟁'도 모른다. 고3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오후 4시면 수업이 끝나 자유롭지만 과제가 없어도 학생들은 쉬지 않는다.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과 같은 반강제적인 시스템이 없이 자유롭게 공부하는 법을 배운 탓이다.

'영재'나 '과학'과 같은 단어가 연상시키는 '공부 강박증'이 이 학교 학생들에겐 없어 보였다. 박주하 학생(3학년)은 "입시를 위한 반강제적인 자율학습은 우리 학교에 없다"며 "수업 후 남는 시간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쓴다"고 말했다.

KSA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소그룹 자율연구의 일환으로 R&E(Research & Education)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지도교수(교원)의 지도를 받아 1년간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주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고 각 분야 전문기관과 대학을 망라해 지도교수(교원)도 스스로 섭외한다. 학생들은 연구 과제의 창의력과 실현 가능성을 지도교수(교원)들에게 설득시켜야 연구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외부에서 제안한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모이는 경우도 있다.

3학년 때는 개별 연구과제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2학년 때 수행했던 팀 연구 과제를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과제를 개척할 수 있다. 6주간 KAIST 연구실에 합류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난관은 먼저 학생 스스로 해결하고 학교 측이 지원사격하는 식이다.

'외바퀴 로봇의 자세 안정화 제어' '세포의 생체모방적 인공 포자화' '인플루엔자 대유행 단백질 PB1-F2의 3차원 구조 분석' 등 다양한 학생 주도형 연구 성과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KSA 권장혁 교장은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영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열정과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연구하도록 길을 터주고 창의력을 키워주는 데 교육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pado@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