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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의 미래,이젠 노벨상이다] (5) ⑤ 한국과학영재학교 권장혁 교장 인터뷰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25 17:59

수정 2012.03.25 17:59

권장혁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
권장혁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

"영재는 반복 훈련만으로는 육성할 수 없습니다."

국내 1호 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KSA)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이 원해서 입학한 영재와 부모의 교육열에 의해 만들어진 영재. 이들은 입학하는 순간부터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KSA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분야를 스스로 선택한다. 연구과제 수행능력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집중력에서 판가름난다. 선생님은 조언자의 역할만 할 뿐 모든 것은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자기주도형 학습'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고 즐기지 못하면 적응하기 어렵다.

지난 15일 부산 당감동의 KSA에서 만난 권장혁 교장(KIST 항공우주학과 교수)은 "어려운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도록 반복훈련하는 교육방식은 단기간 높은 효과를 낼지 몰라도 길게 보면 창의력을 해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며 "학생이 즐기고, 원해서 스스로 하도록 이끄는 교육만이 진정한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KSA의 교육 철학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공교육의 현실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KSA만의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이 있다면.

▲다른 과학고등학교가 초중등 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KSA는 영재교육진흥법이라는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학입시, 교원 영입과 수업 방식, 경영 모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KSA는 2003년 영재학교로 출범해 2009년 카이스트 부설 학교로 바뀌었다. KSA 학생들은 협약에 의해 대부분 카이스트로 진학하기 때문에 입시에서 자유로운 교육이 가능하다. 수업은 학생 주도로 이루어진다. KSA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소그룹 자율연구의 일환으로 R&E(Research & Education) 과제를 수행한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지도교수(교원)의 지도를 받아 1년간 연구를 진행한다. 3학년 때는 개별 연구를 수행한다. R&E 과제와 연계할 수 있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할 수도 있다. KSA 교원 또는 카이스트 교수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카이스트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되면 6주간 카이스트 랩에서 대학원생들과 같이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도서관, 연구실 등 카이스트의 우수한 인프라 활용이 가능하다.

─조기 영재 발굴과 육성에 어떤 노력을 하나.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KSA에 입학하는 학생이 매년 전체 입학생의 10%(17~18명)를 차지한다. 2011년 입학생부터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며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회 소외계층 학생들에게도 문호가 열렸다. 입학시험으로 학생을 뽑다 보니 사교육으로 훈련된 입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보다 부모의 교육열에 이끌려 왔기 때문에 창의력과 열정이 부족했고 자기 주도 학습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며 소득이나 수준의 격차보다 미래의 잠재력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수준 격차 나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도록 교원들이 항시 대기하는 오피스 아워제, 선후배 멘토링, 방과후 수업 등 수준별 교육 프로그램을 세분화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은 입학 전에 PT(Placement Test)로 실력을 먼저 테스트해 수준에 따라 월반이 가능하도록 했다. 3학년 때는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AP(Advanced Placement) 과목을 이수해 59학점이 인정되면 대학교 조기졸업도 가능해진다.

─영재들의 인성교육도 중요한 과제다.

▲영재들 특성 중 하나가 소극적인 성격이다. 어린 나이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은 면도 있다. 학년마다 한 명씩 상담 선생님 3명을 배치해 정서적인 측면에서 긴밀히 관리한다.

─영재교육에서 KSA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창의력 향상이다. 영재교육은 선행교육과 심화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선행학습은 연습과 훈련에 의해 완성될 수 있다. 현재 공교육과 사교육이 중점을 두고 있는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심화교육은 다르다. 기초 원리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응용력과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심화 단계가 더욱 중요하다. KSA역시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융합인재교육을 도입했다. 미술과 생물, 컴퓨터와 문학, 과학과 역사 등의 융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토머스 제퍼슨 고등학교와 같은 해외 우수한 영재 학교를 방문해 그들의 수업모델을 연구하고 KSA 고유의 교육시스템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KSA의 중장기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국가의 미래는 과학기술력에 달렸다.
한국은 지금도 전 세계 기초원천기술에 엄청난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KSA는 학생들의 창의성, 영재성을 키우고 인성 교육을 강화해 미래 글로벌 리더를 키워내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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