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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건강 주치의] 만성골수성백혈병 ‘명의’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03 17:32

수정 2012.05.03 17:32

[우리집 건강 주치의] 만성골수성백혈병 ‘명의’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약만 잘 먹으면 고혈압 환자처럼 관리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교수(사진)는 3일 항암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암을 극복한 첫 사례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을 꼽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백혈병 환자의 10%밖에 되지 않지만 치료가 힘든 질환이었다. 치료제인 글리벡이 나오기 전까지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였고 골수이식을 한 후에도 생존율이 높지 않았다.

그는 "올해 글리벡 이후의 다양한 신약이 나오기 때문에 치료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명의 김 교수를 만났다.

―백혈병은 왜 걸리나.

▲백혈병은 혈액암이라고 불린다. 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데 아직 왜 생기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백혈병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만들어내는 골수에서 발생된다. 적혈구는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를 운반하고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해 싸우는 기능을 한다. 혈소판은 출혈 시 혈액이 응고되도록 한다. 세포 분열로 세포가 만들어질 때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뒷부분이 잘못 결합하게 되면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 백혈병 세포가 혈액을 채우게 되면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주요 장기에 침범하면 경우에 따라 암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급성과 만성은 어떻게 다른가.

▲백혈병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과 만성은 또 림프성과 골수성 백혈병으로 나뉘게 된다. 이 중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만 하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원래 치료가 힘든 질환이었는데 2001년 글리벡이 개발된 후 만성질환자와 비슷하게 약을 잘 먹으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백혈병은 어떻게 진단하나.

▲보통 혈액검사로 진단된다. 건강검진을 받고 수치에 이상이 있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백혈병의 경우에는 병에 걸려도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발병 후 증상도 피곤, 감기몸살 증상, 식은땀 등이기 때문에 백혈병이라고 의심해 오는 경우는 없다. 급성은 폐렴, 코피 등 출혈이 나타난다.

―골수이식은 몇 %에서 하나.

▲치료제 개발 전에는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1~2% 환자만 골수이식을 한다. 골수이식은 약이 안 듣는 환자에게 시행하는데 평생 불임이 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 또 20~30%에서 재발되고 10%는 사망한다. 또 환자에게 맞는 골수를 찾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약만 먹어도 치료가 되는 것인가.

▲10년 동안 글리벡을 복용한 363명의 환자 중 3명만 사망했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암 환자들은 5년 생존율을 얘기하는데 10년 동안 3명 사망한 것은 굉장히 높은 치료율이다. 하지만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게 환자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이 때문에 중간에 임의로 약을 끊는 사람도 있다. 약을 끊으면 당장은 피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고 약으로 인한 근육경련, 부종 등 부작용 증상이 없어지므로 생활하기가 훨씬 편해진다. 문제는 갑자기 암세포가 확 늘어 급성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6개월 안에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 일정 기간 약을 먹지 않고도 치료 효과가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실제 환자 중에 2년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휴지기 상태에서 8년 반가량 약을 끊고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 새로운 약들이 많이 출시됐는데 어떻게 다른가.

▲외국계 제약사에서 출시한 타시그나, 스프라이셀이 있고 국내 제약사인 일양약품에서 제조한 슈펙트가 약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후 보수티닙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약값이 싼 편이다. 글리벡도 국내에서 한 달 약값이 230만원인데 미국은 400만원대이다. 타시그나, 스프라이셀은 미국에서 900만원 정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50만원가량이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는 약값의 5%만 내기 때문에 한 달에 12만원가량 부담한다. 치료제는 환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면 약을 바꿔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치료제가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전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있다면.

▲최근 탁구부 지도교수를 맡아 탁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환자들이 6개 지부를 만들어 매주 지부를 돌아가며 환자들과 등산을 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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