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외국계 IT기업 ‘경제민주화’ 무풍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7 17:17

수정 2013.01.27 17:17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새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경제민주화'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경제 성장과 외자 유치라는 명분 아래 반복된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한 특혜와 반규제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과의 역차별 논란, 시장 종속화, 고용불안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둘러싼 병폐들이 곪아 터지기 전에 정책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27일 IT 업계와 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른바 '근혜노믹스'로 불리는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인 경제민주화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성장 및 분배로 집약되면서 대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경제민주화의 큰 흐름 속에서도 '열외' 대상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나 지금까지 나온 집권 후 경제정책 그림에서 글로벌 IT 기업 관련 규제나 정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차기 정부의 IT 세부 정책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새 틀을 짜겠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나 정책 변화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IT 시장 곳곳은 글로벌 기업들의 폐해와 역차별로 곪아가고 있다.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플랫폼을 장악해 30%의 수수료 폭리와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내 결제 방식 강요 등으로 국내 개발자들을 옥죄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스마트폰 성인인증법만 보더라도 음란물이나 폭력적인 콘텐츠 차단 대상에서 해외 애플리케이션은 제외했다.

올해 시행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은 중소 시장 활성화를 위해 IT 서비스 대기업의 공공시장 참여를 전면 제한했는데 정작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외국계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IT 서비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1970년대 국내 대기업이 강제로 떠난 빈 자리를 오스람, GE, 필립스 등 외국계들이 차지했던 조명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IT 기업의 '떴다방'식 기업경영도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국내에 진출한 IT 기업 대부분은 자본금 규모 등 설립과 청산이 간소한 대신 외부 회계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제도를 폐쇄적 경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고용불안도 문제다.

지난해 국내 철수를 선언한 모토로라나 야후처럼 예고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들이 뒤통수를 맞는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양대 허노정 교수는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은 글로벌 기업에 대해 내수 기업보다 관대한 정책을 펴 왔다"며 "글로벌 시대에 지나친 규제나 자국 보호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개방과 역차별도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IT 정책을 대·중소기업 관점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까지 아우르는 발상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임광복 최갑천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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