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약물치료만 가능했던 COPD 환자 시술로 치료 가능해졌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1 10:18

수정 2013.05.21 10:18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왼쪽 두번째)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왼쪽 두번째)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시행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게 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획기적인 장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이세원 교수팀은 COPD로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7명의 환자에게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특수 밸브를 삽입시켜 폐 용적을 줄여주는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로 호흡기능 및 운동능력을 개선시키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환자들은 폐기능이 2배 가까이 좋아지고 숨이 차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의 운동능력이 좋아지면서 6분간 최대한 많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50m에서 230m로 1.2배에서 최대 4.6배까지 증가했다.

또한 밸브를 장착한 후 불필요하게 축 늘어져 있던 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기도가 넓어지고 횡격막의 운동을 개선함으로써 호흡곤란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던 환자들이 휠체어를 떼고 혼자 산책을 하고 머리감기, 양치질이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까지 개선됐다.

이 시술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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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남성 19.6%, 여성 7.0%지만 지금까지 약물치료 등 보존적 방법 밖에 없었다.

COPD 환자는 폐기종으로 폐가 파괴되고 망가져 탄성을 잃고 공기가 들어간 후 나가지를 못해 폐가 과팽창된다. 이 때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가장 심하게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찾아서 밸브를 삽입한다. 이 밸브는 들이 마신 공기를 한 방향으로만 통하게 하는 특수 밸브이기 때문에 숨을 들여 마셔도 공기가 폐로 유입되지 않고 폐에 남아 있던 공기만 내쉴 때 빠져 나와서 망가진 폐기종 부위를 작게 만든다.

이렇게 탄성을 잃고 축 늘어진 폐기종 부위가 작아지면 건강한 남은 폐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잘 이루어지고 편하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쉴 수 있게 된다.

이 교수팀은 지난해 7월 57세 정 모씨에게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성공한 이 후 지금까지 총 7명의 환자를 시술했다.
평균 밸브 3개를 삽입하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렸고 환자들은 3박 4일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세원 교수는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폐기종 환자 중 호흡곤란이 있으면서 폐용적이 커진 경우 또는 기흉으로 공기 노출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가능하다"며 "적절한 환자에게 시행하면 시술 후 호흡곤란, 운동 능력, 폐기능에서 많은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시술적 치료에 비해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이상도 교수는 "COPD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폐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맞춤 치료를 통해 폐기종 등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정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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