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한국만 오면 작아지는 세계 PC 강자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1 16:50

수정 2013.05.21 16:50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PC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는 토종 기업들의 위세에 눌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스마트폰 분야처럼 해외 기업들에 보수적인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PC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과 달리 내수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안방 호랑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데스크톱, 올인원PC, 노트북 등을 포함한 올 1·4분기 국내 PC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2만9000대를 판매해 39%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도 23만여대를 판매해 15% 점유율로 여유 있게 2위 자리를 지켰다.

국내 PC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노트북은 1·4분기 삼성전자(39%)와 LG전자(25%)의 합산 점유율이 무려 64%에 이를 정도로 토종 브랜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반면 글로벌 PC 시장의 '빅3'인 휴렛팩커드(HP), 레노버, 델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들은 국내 진출한 지 10~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위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업체 가운데는 HP가 올 1·4분기 국내 PC 시장에서 5만7000여대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점유율은 3.7%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정반대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PC 시장 규모는 3억5270여만대인 가운데 HP가 5650만대(1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레노버가 5215만대(14.8%)로 HP를 턱밑까지 쫓았고, 델과 에이서가 각각 3761만대(10.7%), 3666만대(10.4%)로 3~4위에 포진했다.

삼성전자는 1500만대를 판매해 4.2% 점유율로 세계 7~8위권에 머물러 있고 LG전자는 10위권으로 밀려났다. 국내에서는 절대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밖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태블릿 시장도 PC와 비슷한 분위기다. 1·4분기 세계 태블릿 시장을 보면 애플 아이패드가 1950만대로 40%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880만대(17.9%)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탭'과 '갤럭시노트10.1'을 앞세워 많이 추격했지만 아직까지 아이패드와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인 셈이다.

반면 국내 태블릿은 삼성이 애플을 추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한국IDC와 KT경제경영연구소 조사에서 삼성 태블릿 제품이 아이패드 판매량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국내 시장 1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PC 업체들은 이 같은 국내 시장 구조에 대해 '애국주의적 소비성향이 강한 시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계 PC 업체의 한 국내 법인 대표는 "삼성이나 LG가 국내 시장에 전폭적인 역량을 쏟아붓기도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자국 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도를 보이는 정서가 깔려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넘을 수 없는 벽(넘사벽)'과 같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