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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모바일코리아포럼] (1)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주역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1 16:43

수정 2014.11.05 13:13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이스라엘에서 창조경제 모델을 성공시킨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이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 에를리히 회장은 지난달 27일 파이낸셜뉴스와 미래창조과학부 공동 주최로 열린 '제4회 모바일코리아포럼'에 참석해 벤처 창업문화를 뿌리내린 자국의 성공 모델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요즈마그룹은 6월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는데, 에를리히 회장을 만나 한국 벤처 생태계를 위한 조언 및 한국지사 운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제4회 모바일코리아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 패널토론 등을 했다. 특히 패널토론에서는 한국형 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어떤 점들을 느꼈나.

▲수년 전에 비해 한국이 참 많이 변화했다고 느꼈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기업에 대한 내·외부적인 태도나 기업들, 특히 벤처들이 사업하는 환경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았다.
한국의 기업들이 훌륭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점도 인상 깊었다. 창조경제의 경우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영국 모델이 있고, 벤처와 창업을 중시하는 이스라엘 모델이 있다. 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심이 되는 모델도 있다. 한국은 단기간에 급속한 경제성장 및 ICT 발전을 이룩한 경험과 인프라 그리고 성공 유전자(DNA)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어떻게 힘을 모으고 전략적으로 실행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장기적 비전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를 골라서 정책의 균형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진 뒤 보다 규모가 큰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벤처 생태계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투자회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실패를 줄일 수 있느냐인데 이런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이스라엘 산업계에서는 국방 쪽 우수 인재를 선호한다고 했다. 한국도 남성들이 2년간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유사한데 한국의 경우 군대에서의 경험을 사회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떤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람들이 왜 군대경험을 사회에 적용시키지 못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국방은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경험한 부분들은 극비일 수도 있고 발설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우선 군대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적용시키는 것의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인데, 가장 좋은 인적자원을 찾아 특화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확신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한 것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이 점에 있어 이스라엘 국방부는 기술적인 면과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이들을 돕는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정한 시간 뒤에 개발에 진척이 있다면 사회에 분명 적용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벤처업계에 투자한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가.

▲정부는 요즈마펀드를 통해 벤처에 투자한다. 정부가 특정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요즈마그룹이라는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는 것이다. 요즈마그룹은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을 가지고 요즈마펀드를 구성해 민간에 투자한다. 요즈마펀드는 민간에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초기 자금은 2억달러(약 2279억원)였지만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금은 40억달러(약 4조5580억원)까지 불어났다. 요즈마펀드의 핵심은 이스라엘 정부가 시장 실패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실패 가능성이 적지 않은 분야에 정부가 직접 재원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요즈마그룹이 설립됐던 1990년대 초 당시 이스라엘에는 소련연방 붕괴 여파로 러시아계 유대인들의 유입이 많았다. 총 500만명 인구를 가진 국가에 100만명이 유입되니 실업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소련에서 교수하던 사람이 이스라엘에 와서 청소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던 시절이었다. 결국 정부가 요즈마펀드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이끌었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도 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실패위험(리스크)을 떠안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은 계속 위축된다. 정부가 실패를 감수하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민간자본이 많이 유입됐다. 이것이 이스라엘 경제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요즈마펀드로 벌어들인 수익은 정부 세금으로 편입되나.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은 다시 재투자된다.

―이스라엘에는 벤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이 정부 내에 별도로 있다고 들었다. 소개를 좀 해달라.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Office of Chief Scientist)을 중심으로 벤처 및 창업정책을 추진한다. OCS의 주요 업무는 기업 R&D를 지원하는 정부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내가 초대 수석과학관을 했는데, 부장관급이다. OCS의 목표는 경제 성장을 꾀하고 기술 혁신을 도우며 이스라엘 과학기술의 가능성을 드높이고 이스라엘 산업 기반을 알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기술 발전을 돕는 것이다. 대학지원도 한다. 연간 예산은 4억달러(약 4558억원)에 달한다. OCS를 통해 정부 정책과 민간전략을 잘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정부 자금은 민간기업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벤처기업이 정부의 지원사업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이 경쟁을 통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독립심을 약화시키는 것 같다. 그런데 정부가 너무 오랜 기간 시장에 개입하면 민간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유념해 정부가 개입할 수준과 시기를 잘 판단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을 비롯해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이스라엘에 R&D 센터를 설립한 것을 보면 이스라엘 인적 자원에 대한 평가가 높은 것 같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네트워크나 벤처펀드에 관해 인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에 흥미가 있으면 와서 확인해보고 인수하는 형식이다. 20년 전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고, 네트워크가 단단해졌다. 미국 업체들이 내게 와서 기업의 정보를 물어보고 관심을 표명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특히 이스라엘에 사무실을 두려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스라엘에 사무실이 있다. 전 세계 곳곳, 주요 부문에 포진한 유대인 특유의 네트워킹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의 교육 시스템이 벤처산업 활성화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나.

▲교육부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능 있는 고교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있다. 얼마나 빨리 재능 있는 아이들을 찾아 지원하는지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

―요즈마그룹 한국지사가 지난 6월 설립됐다. 투자 예정인 회사를 밝혀 줄 수 있나.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기술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자금 지원과 함께 우리가 지닌 네트워크도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검토 중인 기업이 3~4군데 정도 있다. ICT 관련 초기 벤처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룰 것이다. 지금은 지켜보는 단계다.
요즈마그룹은 실리콘밸리나 샌프란시스코 등 전 세계에 네트워크가 있다. 우리의 투자를 받게 되면 자금 지원뿐 아니라 네트워크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 정부가 시장 실패에 개입해서 펀드를 같이 조성한다면 윈윈이 될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문희 기자 박세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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