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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 두 번 울리는 MS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15 15:47

수정 2014.11.04 20:14

마이크로소프트가 15일부터 가격 인하에 들어간 태블릿 '서피스RT'와 액세서리인 터치 커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태블릿PC의 가격을 조정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 잡음이 일고 있다.

MS는 자사 첫 태블릿PC인 '서피스RT'를 한국 시장에 7개월이나 '지각 출시'해 한국 시장을 무시했다는 원성을 샀던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과거에는 무상 제공했던 액세서리(터치 커버)를 유료로 전환했다. 결국 가격 인하 전과 비교해볼 때 소비자 부담은 달라진 게 없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S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을 포함한 28개 시장에서 판매중인 자사 서피스RT의 가격을 종전보다 20%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MS도 이날부터 하이마트에서 단독 판매되는 서피스RT 32GB 가격을 62만원에서 49만9000원으로, 64GB 가격을 74만원에서 59만9000원으로 각각 12만1000원, 14만1000원씩 내렸다.

서피스RT는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가격이 각각 150달러(약 17만원), 1만엔(약 11만4000원)씩 먼저 인하됐다.


이번 서피스RT 가격 인하는 출시 9개월이 지났지만 태블릿 시장이 침체된 데다 '아이패드' '갤럭시노트10.1' 등 경쟁 제품과의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한 MS의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S가 국내 시장에서 서피스RT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MS가 지난 달 11일 국내 출시 이후 서피스RT 구매 시 무상 증정하던 고가의 터치 커버를 이번 가격 인하와 동시에 별도 구매로 전환한 것.

그동안 국내에서 서피스RT를 구입하면 14만원 상당의 터치 커버를 모든 소비자들이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MS는 가격 인하 시행과 맞물려 터치 커버 무상 증정 프로모션을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사실상 변한 게 없게 됐다.

예를 들어, 서피스RT 32GB와 터치 커버 구입 비용이 종전에는 62만원이었으나 가격 인하 이후에는 이를 별개로 구매할 경우 63만9000원(태블릿 49만9000원, 터치 커버 14만원 기준)으로 오히려 가격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국내 출시 한 달만에 가격을 인하해 기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해소되겠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혜택은 없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MS 관계자는 "터치 커버 무료 증정은 국내 출시와 맞물려 한시적으로 진행한 로컬 프로모션 차원이었다"며 "이번 가격 인하는 글로벌 정책이기 때문에 터치 커버 프로모션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한 없이 프로모션을 할 순 없지 않느냐"며 "터치 커버 무상 증정 행사를 중단해 이번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MS는 지난 해 10월 해외에서 출시한 서피스RT를 7개월 뒤인 지난 달 11일에야 한국 시장에서 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이번 가격 인하와 동시에 무료 증정 행사를 중단한 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살만 하다"며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제품 늦깎이 출시 등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홀대하는 정서에 반발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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