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변비 심하면 ‘대장암’ 위험성 높아진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05 03:18

수정 2014.11.03 15:40

변비 심하면 ‘대장암’ 위험성 높아진다

단순히 변이 안 나온다고만 생각했던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대장항문학는 9월 '대장앎의 달'을 맞아 길병원 등 24개 병원에서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대장암환자 총 1만7415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중 대장암 진단 전에 대장 관련 증상 변화를 경험한 환자는 1만1085명(63.7%)이었으며 그중 2609명(23.5%·복수응답)이 변비 증상을 경험했다고 4일 밝혔다.

대한대장항문학회 김광호 이사장(이대목동병원 외과)은 "혈변, 복통 등은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어, 갑작스러운 증상 변화에 대장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대장암 조기 검진이 가능하다"며 "이에 반해 변비는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낮아, 증상이 있어도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으로 대처하는 등 전문의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고령 대장암 환자 변비 증상

여성 및 고령의 대장암 환자일수록 주요한 증상 변화로 변비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대장암 발견 전 대장 관련 증상 변화를 경험한 여성 환자 4628명 중 1114명(24.1%)에서 변비 증상을 보였다.

이는 전체 남성 환자 중 변비 증상을 보인 6440명 중 1494명(23.2%)보다 다소 높았다.

또 60세 이상의 환자 6367명 중 24.2%(1542명)가 변비 증상을 호소해, 60세 이하 환자 4705명 중 1064명(22.6%)에 비해 많았다.

특히 대장암 병기가 높을수록 변비 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1기 17.5%, 2기 21.1%, 3기 26.1%, 4기 29.4%에서 변비 증상이 나타났다.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 혈변, 복통의 경우, 1~2기에서 높은 비중을 보이다 3~4기부터 비중이 낮아지거나, 병기와 상관없이, 불규칙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우용 섭외홍보위원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변비가 대장암의 위험요인인지에 대해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에 학회에서 대장암 환자의 변비 증상 유무, 대장암 진행 병기에 따른 변비 경험 여부 등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대장암과 변비의 연관 관계를 알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변비가 왜 대장암 발생 높이나

변비가 심하면 대장암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장암의 원인은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변비는 환경적인 요인에 속한다.

변비로 인해 대장 내 독성물질이 대장점막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대장암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성물질이 장 내에서 많이 만들어져도 곧바로 몸 밖으로 배출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변비가 있을 경우 대변이 장 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변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의 양이 증가한다.

또 대장점막도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대장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지방식 및 육류 섭취를 늘리면 독성물질이 증가하게 된다.

변비는 배변 시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과도하게 딱딱하게 굳은 경우, 배변 후 남아있는 느낌, 항문직장의 폐쇄감이 있는 경우, 일주일에 배변 횟수가 3번 미만인 경우 등을 말한다.

상계백병원 외과 배병노 교수는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50세 이상이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며 특히 변비가 심한 60세 이상 성인이라면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대장항문학회는 '201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일환으로, 서울 경기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무료 검진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오는 30일까지 전국 60여개 병원에서 대장암 무료 건강강좌와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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