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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성’ 휴대폰 보조금에 또 들썩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7 17:32

수정 2014.10.31 20:45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이동통신사를 강력하게 징계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말을 이용한 게릴라성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정부의 단속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이동통신 업계의 반발만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의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주말을 앞두고 더욱 활발하다. 실제로 지난 24일께부터 주말까지 출고가가 수십만원인 최신 스마트폰이 보조금 지급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훌쩍 넘겨 할부원금 0원에 판매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지난 24일 휴대폰 관련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이통사에 번호 이동을 하는 조건으로 출고가 69만9600원인 팬택의 '베가 넘버6'와 59만9500원인 LG전자의 '옵티머스G'가 할부원금 0원에 판매됐다.


가이드라인을 넘긴 보조금 지급 사태는 최신 스마트폰도 예외가 아니었다. A이통사는 출고가 99만원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제품을 할부원금 43만7000원에 판매했고, 출고가 95만4800원인 '갤럭시S4 LTE-A' 모델도 36만9000원에 판매했다. B이통사는 출고가가 85만8000원인 LG전자의 '옵티머스G프로'를 할부원금 11만8000원에 개통했다.

이런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는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30~40대 한정으로 진행되며, 이후에는 게시물이 삭제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정보 습득에 능한 고객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 이통사는 경쟁사에서 특정 휴대폰을 이용하는 고객이 번호이동을 할 경우 이 고객에게 추가로 10만~11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변칙적인 영업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전화 보조금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자칫 '보조금 경쟁 촉발 사업자'로 지목될 경우 '나홀로 영업정지'라는 유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판촉활동은 보다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이동통신사들은 당초 제시했던 올 한 해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4·4분기 들어 무리한 보조금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시장의 유통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단속만 벌이는 것으로는 이동통신시장의 불법 보조금을 뿌리 뽑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약 20년간 보조금 지급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왔고, 유통망의 규모 또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무조건적인 단속만으로는 전방위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시장의 혼란 상황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은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출고가에서 보조금을 뺀 판매가 등을 공지하도록 하고 대리점은 공지 가격에서 15% 이내로는 보조금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적정 휴대폰 가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디에서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한 입법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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