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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우체국·대형마트 알뜰폰 매장 손님 몰리는데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6 17:39

수정 2013.11.06 17:39

우체국·이마트 등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후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이마트 서울 왕십리점에서 한 소비자가 알뜰폰 구매를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우체국·이마트 등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후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이마트 서울 왕십리점에서 한 소비자가 알뜰폰 구매를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알뜰폰(MVNO) 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다.

최근 알뜰폰 누적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4% 수준을 넘어섰다. 또 10월에는 이동통신 3사를 제치고 가입자 순증이 4만207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27일 출범한 우체국 알뜰폰 사업이 한 달여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돌파한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달에는 홈플러스에 이어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체국과 편의점 등 일선 알뜰폰 유통망 전담 인력의 부족과 전문성 부재로 서비스 질 저하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다 알뜰폰에서 취급하는 프리미엄폰은 이동통신사와 통신비 차이가 없어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전시용'에 불과한 실정이다.

■알뜰폰 상담원은 '슈퍼맨'?

지난 5일 오후 4시께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여의도 우체국의 알뜰폰 상담원은 금융 업무 마감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해당 직원은 알뜰폰 문의를 하자 "먼저 안내물을 읽어보세요"라고 한 뒤 하던 업무에 열중했다.

기자가 "세컨드 폰을 사려고 하는 데 어떤 게 좋으냐. 요금제는 어떠냐" 등을 꼬치꼬치 물어도 "안내물에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세요"라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자세한 상담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들른 광화문 우체국에서는 장애인 관련 업무 담당자가 알뜰폰 상담을 병행하고 있었다.

담당 직원은 "마감시간인 오후 4~6시에 알뜰폰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며 "다른 업무와 알뜰폰 판매 업무를 함께 진행하다 보니 바쁘기도 하고 고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풍경은 알뜰폰을 판매 중인 전국 226개 우체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 담당 직원이 1~2명인 데다 그나마 다른 업무를 병행해 기존 업무에 쫓기거나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 인력도 없는 실정이다.

알뜰폰 상담원들의 전문성 저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6일 서울 마포.서대문구 일대 알뜰폰 편의점을 둘러보니 알뜰폰 판매는 뒷전이었다. 알뜰폰 문의를 해도 편의점 직원들은 다른 손님들을 먼저 상대하는 게 일쑤였다. 알뜰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기자가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알뜰폰 기기는 무엇이 있느냐. 요금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요금제는 잘 모르고, 여기서 단말기를 사서 이통사에서 유심을 개통하면 된다"는 단답형 답변만 돌아왔다.

■프리미엄폰은 '그림의 떡'

알뜰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대부분 3세대(3G) 피처폰(일반폰)이 유통되고 있다.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프리미엄폰이 알뜰폰 시장에서는 '구색갖추기'에 그치고 있는 것.

최신 프리미엄폰의 경우 알뜰폰은 이동통신사업자들과 비교해 통신비 부담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찾은 이마트 왕십리점의 한 직원은 "최신 고가폰은 이통사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데다 보조금 경쟁으로 오히려 이통사가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며 "프리미엄폰을 찾는 젊은 사용자에게는 (알뜰폰이)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최신 전략폰 '갤럭시노트3'를 이마트에서 구매하면 할부원금(출고가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실제 단말기 비용)은 출고가보다 7만원 저렴한 99만7000원이다. 이를 2년 약정의 'LTE 59' 요금제에 적용하면 월 납부할 총 비용은 8만9000원인 셈이다.

기존 이통사에서 이마트와 동일한 무료 음성·문자·데이터 등 부가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에 가입 시 월 9만2000원의 비용이 들어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법정 한도인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알뜰폰을 통해 프리미엄폰을 구매하는 게 비용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통사들은 가족 등 지인과의 결합 할인이나 장기 가입자 및 멤버십 혜택 등의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가 제공돼 알뜰폰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cgapc@fnnews.com 최갑천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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